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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과 장국영…잊혀지지 않는 홍콩 영화들

입력 : 2007-11-21 17:38:00 수정 : 2015-06-16 19: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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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원의 좌충우돌 중국활동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관에서 몰래 보았던 ‘더티댄싱’, 주말 밤마다 엄마의 눈을 피해서 보았던 제목조차 기억할 수 없는 숱한 영화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펼치는 영화 속 세계가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른다. 아마 그때, 막연하게 연기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 중 하나는 ‘영웅본색’이다. 그 영화에서 나는 처음으로 장국영이란 배우를 만났다. 소년 같은 해사한 얼굴에 슬픈듯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던 배우로 기억한다.

주말 밤늦은 시각에 해주는 영화프로그램에서 영웅본색을 처음으로 보았던 것이다. 지지직 거리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어떡해서든지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시간,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소리를 줄여놓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화면을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서 투명하게 빛나던 눈빛을 보았다. 촉촉하게 젖어있는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사람, 그가 바로 장국영이었다. 내가 조금 더 자라고 나서는 천녀유혼, 해피 투게더 등의 그가 나왔던 영화를 보았다.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았던 모습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을 더 알기도 전에 그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정말 기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엄마 몰래 보았던 또 하나! 영화가 아닌 중국 드라마였다. 바로 ‘황제의 딸’이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처럼 나도 중국 드라마에 열광했던 것이다.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황제의 딸’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보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기분이 참 새로웠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흘러갔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반가우면서도 씁쓸한 미묘한 감정들이 뒤섞인 기분이었다.

똑같은 내용일 텐데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흘러간 시간 때문이었을까.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갔으니 기억도 많이 왜곡되어 있을 테니 그럴 법도 하다.

황제의 딸에서 내가 좋아했던 배우는 제비 역을 맡았던 조미다. 귀엽고 통통 튀는 모습에 반했달까. 그런데 지금 보니 임심여의 현명하고 지혜로운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한다.



예전 드라마를 다시 보는 재미는, 지금은 대스타지만 신인이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배우들의 애 띠고 풋풋한 모습을 보면, 나도 저런 신인시절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련한 추억의 한 귀퉁이를 낯선 곳에서 맞딱뜨린 기분이다. 황제의 딸에 나왔던 배우들이 그때는 신인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니 괜히 웃음이 나온다. 중국의 팬들은 예전의 내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중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특히,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중국배우들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할 때 박수치는 팬들, 거리에서 나를 알아보고 사인을 받으러 오는 팬들.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는 그들의 모습이 학창시절 중국배우와 영화를 좋아했던 어렸을 때의 나와 닮았다.

지금은 내가 연예인이란 타이틀을 걸고 있어서 인지, 순수한 팬으로서 배우에 열광하는 일은 드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팬들의 모습이 어린 나를 떠올리게 하고,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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