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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기자의 책갈피]선한 사마리아인을 비웃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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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 호사다방(好事多妨·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이라는 고사성어가 그냥 있는 말이 아닌 모양이다. 청소년 독서교육 모임인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대표 허병두)이 5일 ‘1저자 1저작권 공개 운동’(저작권 공개 운동) 출범식을 갖자, 취지에 공감하는 중론 곁에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함께 삐져나와 뒷맛이 씁쓸하다. 책을 사 읽을 형편이 어려운 산골 등 오지 청소년에게 독서 기회를 많이 주자는 긍정적 취지인데도 딴죽을 거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책따세 주도로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첫 깃발을 든 사회문화운동인 ‘저작권 공개 운동’은 1984년 미국의 리처드 스톨먼이 주창한 ‘카피레프트(copyleft)’, 즉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도록 하자는 운동과는 구별된다. 카피레프트는 저작권을 거부하는 배타적 성격이 강하지만, 이 운동은 저작권을 소유한 저자와 출판사의 자발적 동의를 전제로 한다.
이를 테면 헌혈 권유 캠페인과 같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헌혈을 강요하지 않듯이, 이 운동의 동참 여부는 전적으로 저작권자의 자유다. 헌혈자는 칭찬해도 비헌혈자를 비난하지 않듯, 이 운동도 참여하지 않는다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어떤 책은 저작권자의 생계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책따세가 주창하는 내용은 ‘저작권’ 전부가 아닌 ‘전송권’에 한정된다. 이 운동에 동참해도 종이책에 부여된 기존의 저작권은 여전히 필자 사후 70년까지 보호받는다. 저작권 공개 운동을 비난하는 측의 주장을 보면, 이 운동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개념을 잘못 이해한 채 책따세가 운동의 구호로 내세웠듯 ‘지식의 나눔, 사랑의 더함’ 운동을 헐뜯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운동은 개시 일주일 만에 이미 외국에 사는 동포 청소년은 물론 책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층에도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시민단체든 정치단체든 그 속을 평가하려면 단체가 내세운 취지와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보아야 한다. 책따세가 창립된 후 현재까지 9년여 지켜본 결과, 참여하는 교사들은 우직스러울 정도로 청소년 독서교육에 헌신해 왔다. 도서 구입과 회식비 등 제 경비는 회비와 책따세 이름으로 낸 책의 인쇄, 강연료만으로 충당한다. 교사들은 목표로 세운 푸른도서관 건립기금으로 매월 2만원씩 따로 모으고 있다.
이쯤 되면 사이비 혹은 어용이 많은 사회단체 중에 진정성이 확고한 군계일학이 아닐까. 건전한 비판이 아닌, 맹목적인 비난은 자칫 음식 맛을 보기도 전에 그릇을 깨는 우가 될 수 있다.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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