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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억새의 하모니 강원도 정선, 가을이 하얗게 물들다

입력 : 2007-10-26 13:47:00 수정 : 2007-10-26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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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억새, 가파른 오르막길 굽이굽이
산 정상부에 10만 여평 억새밭
[SW뉴스①]산행은 늘 힘들다.
정상이 빤히 보이면서도 길은 끝나지 않는 민둥산(1119m)도 마찬가지다.
억새들이 바람을 타는 가파른 오름길은 마음만 급하다.
그러나 앞서가는 마음을 달래며 힘겹게 한발한발 내딛으면 마침내 하늘이 열린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이다.
눈 앞에 솜틀을 빠져나온 솜뭉치처럼 피어난 억새가 장관이다.
반면, 계곡 아래 사람의 마을은 까마득히 멀다.

민둥산 (강원도 정선군)은 손꼽히는 억새 명소다. 이 산에서 시작한 억새 물결이 남진해 영남알프스와 제주도를 은빛으로 물들인다.
민둥산은 10만 평에 달하는 산 정상부가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이다. 이곳에 억새가 만발하면 마치 흰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억새는 수만 개의 하얀 깃발처럼 보인다.
민둥산 정상부의 등산로 이정표.

정상에서의 빼어난 조망도 민둥산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산정에서 보면 증산 시가지가 발 밑에 자리해 고산에 오른 듯한 고도감이 느껴진다.
정상에서는 360도를 둘러봐도 막힌 곳이 하나도 없다. 산자락을 읽을 줄 아는 이라면 태백산∼함백산∼두타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줄기나 가리왕산, 오대산, 백운산 등 명산들이 민둥산을 빙 둘러싼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동쪽 함백산 방향으로는 산중턱에 자리한 하이원리조트가 비밀의 성처럼 우뚝해 눈길을 끈다.
늦가을의 민둥산은 바지런한 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골마다 명주천을 펼쳐놓은 것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운해가 그 주인공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요즘, 해뜰 무렵이면 자연이 연출하는 마술이 펼쳐지는 것이다. 억새축제가 끝난 뒤에도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도 탁월한 조망과 운해 때문이다.
민둥산 산행 들머리는 증산초등교와 발구덕·화암약수·삼내약수 등 4곳. 증산초등교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기차를 이용하는 산행객이 많다. 능전에서 발구덕을 경유해 오르는 길은 자가운전을 이용한 가족단위 산행객이 즐겨 찾는다.
능전에서 발구덕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처음부터 허벅지가 팍팍할 만큼 힘이 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다. 15분쯤 비탈을 오르면 등산로는 어느새 부드러운 숲 사이로 이어진다. 등산로가 다시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10분쯤 더 가면 발구덕이다.
정선 소금강에 물든 단풍.

발구덕은 예전에 2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떠나고 할머니 한 분만 살고 있다. 이곳은 분화구처럼 땅이 움푹 꺼진 돌리네 지형으로 유명하다. 석회암 지대에 형성되는 돌리네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지형이다. 민둥산에는 정상과 발구덕 일대에 몇 개의 돌리네가 있다.
이 돌리네 덕택에 발구덕에 마을이 형성될 수 있었다. 이곳은 지금도 풍부한 수원을 바탕으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는 증산에서 이곳으로 피난 와 100일간 숨어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산 정상에 이처럼 움푹 패인 지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민둥산의 돌리네는 억새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상에서 증산 방면 능선에 핀 억새가 만개를 해도 발구덕과 삼내약수로 가는 길에 형성된 돌리네의 억새는 시작에 불과할 때가 많다.
발구덕에서 10년째 억새축제에 맞춰 장사를 하고 있는 박재홍(51)씨에 따르면 정상부 돌리네 속의 억새는 아직 싱싱하다.
“예전에도 돌리네의 억새는 항상 늦게 펴요. 정상의 억새가 바람에 다 날아가도 돌리네에는 물기가 자르르 흐르는 억새가 지천이래요. 그 억새가 피면요, 산비탈에도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단풍이 물들어요. 억새하고 단풍을 같이 볼 수 있는 거래요.”
수마노탑에서 내려다본 정암사 전경.

발구덕에서 민둥산 정상으로 가려면 다시 한 번 심호흡을 굳게 해야 한다. 잣나무가 품어내는 신선한 향기에 취하는 것도 잠시, 억새군락지로 난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돌리네의 윤곽도 확연히 드러난다. 분화구처럼 생긴 능선을 따라 등산객들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마침내 민둥산 정상. 오름길에 보았던 것과는 판이한 풍경이 펼쳐진다. 반짝반짝 윤기나는 억새 군락지와 산 아래 마을 증산. 겹겹이 휘둘러친 산들이 마음을 탁 틔워준다. 그 풍경들은 민둥산이 아니고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민둥산(정선)=스포츠월드 글·사진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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