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영화팬들이 어릴 적 명절이면 TV에서 보았던 추억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을 대형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제작·연출·주연을 맡았던 ‘헨리 5세’(1944)는 올해 그의 탄생 100주기를 기념해 나온 디지털 복원판이다.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트의 전설적 작품이자 호러 마니아들에게 컬트영화로 추앙받는 ‘서스페리아’(1977) 역시 프린트 복원 버전이다. 여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비판한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역작 ‘천국의 문’(1980) 또한 무려 225분짜리 디렉터스 컷으로 감상할 수 있다.
개막작은 따로 없고 25일 저녁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영상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개막 공연이 이를 대신하며, 폐막작으로는 김기영의 ‘봉선화’와 일본 사무라이 영화 ‘사무친 원한’ 등 ‘한·일 고전영화 불완전판 컬렉션’이 상영된다.
눈길을 끄는 행사는 영국 출신 할리우드 거장 존 부어맨의 방문이다. 그는 영화제 기간 중 거장의 미학을 되짚어보는 ‘매스터즈 클래스’를 진행하며, 그의 문제작인 ‘포인트 블랭크’(1967), ‘태평양의 지옥’(1968), ‘서바이벌 게임’(1972), ‘엑스칼리버’(1981), ‘에메랄드 포리스트’(1985) 등의 작품세계를 설명할 예정이다.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 섹션에서는 홍콩 뉴웨이브를 이끈 탐가밍(패트릭 탐)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그의 대표작인 ‘살수호접몽’ ‘열화청춘’ 등과 왕자웨이가 시나리오를 쓴 ‘최후승리’도 상영된다. 호주영화의 역사를 20여편의 장·단편으로 훑어보는 ‘호주 영화사 특별전’에서는 무성영화 ‘센티멘탈 블로크’(1919)에서부터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2: 로드 워리어’(1981), 바즈 루어만의 ‘댄싱 히어로’(1992), 필립 노이스의 ‘토끼울타리’(2002) 등이 선을 보인다.
이외에 아시아의 뮤지컬 영화, 다채로운 무성영화, 한국 고전영화, 한국 독립장편영화 등도 함께 공개된다. 또 ‘도쿄국립영상센터의 단편 복원 모음전’도 관심을 끈다. 오즈 야스지로의 단편영화 ‘일본식 싸움친구’(1928)와 ‘못 말리는 아이’(1929) 등 희귀작품 4편이 모습을 드러낸다.
1957∼87년, 7로 끝나는 연도의 한국영화를 선별한 ‘한국영화 추억전’도 있다. 유현목 감독의 ‘막차로 온 손님들’에서는 최근 다시 인기 상승 중인 이순재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수 이미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엘레지의 여왕’은 영화 도입부에는 이미자가 직접 출연해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과 지금 보기에도 충격적이고 기괴한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유신시대를 비판한 청춘영화 ‘나비소녀’도 인상적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마틴 스코시즈 감독에 의해 설립된 세계영화재단의 첫 복원작인 모로코 아흐메드 엘 마안누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트랑스’(1981)도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된다.
이들 영화는 충무아트홀을 중심으로 대한극장, 중앙시네마, 명보극장에서 상영되며,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청계광장, 충무로 영화의 거리 등에서는 야외 영화 상영 및 난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져 시민 참여를 유도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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