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세대 교류 강화… 이질화 막아야 ‘세간들을 그쯘하게 차려 놓고 잘 살고 있다.’ ‘점심도 번지고 일을 했다.’ ‘눅어야 그 물건을 사지.’ 북한 고등중학교(우리의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와 있는 뜻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문장들이다. 남북 분단 60여년이 지나면서 남북 학생들 간에 언어 이질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로 한글창제 561년을 맞았지만 남북 간에 한글 공동연구와 교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양쪽에서 쓰는 말을 외국어처럼 통역해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이성연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가 최근 북한의 고등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사용된 어휘를 조사·분석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남북 간의 언어 사용에서 다른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 교과서에는 우리가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단어가 상당히 많았다. 예를 들어 ‘그쯘하다’ ‘번지다’ ‘눅다’의 뜻은 각각 ‘충분하다’, ‘거르다’, ‘값싸다’ 등으로 남한에서 사용되지 않는 단어였다. 꽝포쟁이(거짓말쟁이), 무수해(여러해살이풀), 벼바다(풍작을 이룬 벼가 펼쳐진 들판) 등처럼 북한에서 새로 만들어진 단어도 여러 개 있었다.
표기법의 차이로 같은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북한에서는 ‘외치다’를 ‘웨치다’, ‘헤엄치다’는 ‘헤염치다’, ‘한라산’은 ‘한나산’, ‘숨바꼭질’은 ‘숨박곡질’, ‘라디오’는 ‘라지오’, 퍼센트는 ‘쁘로쩬뜨’ 등으로 표기했다.
특히 외래어 표기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북한 국어교과서에 사용한 외래어는 11개로, 남한의 89개에 비해 매우 적었다. 북한 교과서에 가장 많이 사용된 외래어는 ‘뻐스(버스)’, ‘빨찌산(빨치산)’, ‘바께쯔(바스켓)’, ‘땅크(탱크)’ 등이었다.
북한교과서에는 ‘놈’, ‘미국놈’, ‘멸살시키다’ 등 남한에서는 사용하길 꺼리는 비속어나 전투적 표현들도 자주 등장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혁명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 어휘 선택과 우리와 다른 표기법들이 국어교과서를 통해 후세대에 학습돼 남북 언어 이질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남북의 국어교과서에 사용된 어휘 등을 구체적으로 비교·분석해 남북한 언어의 이해를 돕고 언어 이질화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남북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각 분야의 전문용어 통일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국어정책팀장은 “최근 한 대북 사업자가 북쪽에 넙치를 주문했는데 오징어(북한에서는 넙치)를 보내와 황당해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전문용어 통일은 남북의 경제교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도 당장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박호근·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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