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 27일 정치자금 모금 행사 등으로 바쁜 일정 중에도 밤늦게 슈퍼모델 타이러 뱅크스의 TV 토크쇼에 출연해 1시간여 동안 젊은 시청자에게 자신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인기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다.
공화당의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은 지난달 ‘제이 리노 쇼’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같은 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지난 2월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서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최근 엘린 드제너레스의 토크쇼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토크쇼가 뉴스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한 토크쇼에서 색소폰을 불며 인기를 모은 것을 계기로 인식이 바뀌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토크쇼가 백악관 입성의 디딤돌로 여겨질 만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치인들이 토크쇼를 찾는 건 무엇보다 이들 프로그램이 뉴스·시사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다. ‘제이 리노 쇼’는 매일 약 550만명이 시청하며 시청률이 낮다는 ‘데일리 쇼’도 시청자가 170만명에 달한다. 이들 토크쇼는 정치 무관심층인 젊은 유권자들을 접할 기회가 돼 일석이조다.
토크쇼의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다. 매슈 바움 하버드대 교수는 “정치 기호가 분명치 않은 사람일수록 토크쇼 등을 본 뒤 지지 대상 정치인(정당)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토크쇼 출연에 대한 비난도 만만찮다. 정치 코미디 프로를 진행하는 빌 마는 “많은 정치인들이 가벼운 질문만 할 것을 전제로 출연해 유권자들을 진정한 정치 이슈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꼬집었다.
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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