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미녀 사오리(27)가 요즘 안방극장의 신데렐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로 얼굴을 내민 그는 서투른 한국말, 보조개를 드러내며 늘 웃는 얼굴, 다소 산만하고 엉뚱한 말로 시청자들, 특히 청소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미수다’에서 얻은 호감을 토대로 7월부터 본격적인 연예인 길을 걷기 시작한 미수다는 최근 SBS 웃찾사의 인기코너 ‘띠리띠리’, 케이블 채널 tvN드라마 ‘위대한 케츠비’, MBC ‘만원의 행복’,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등에 출연해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락채널들은 앞다퉈 ‘사오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학생에서 일약 스타가 된 그를 10일 세계일보 편집국에서 만났다. 첫 인사도 TV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아∼안녕하세요 ∼사오리예요’식이다.
“오전 7시부터 꽉 짜인 촬영 일정 등을 소화하느라 밤 10시를 넘기는 일이 많아요. 힘들지만 행복하고 즐거워요. 한국어 대본을 외우고 대사를 하고 많은 사람을 자주 만나니까 한국말을 더 잘 배울 수 있어요. 좋아요.”
홍익대 근처에서 하숙을 하며 명지전문대에 다니던 평범한 유학생 사오리가 우연한 TV출연으로 인기를 얻고 연예인이 되면서 생활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그의 말투인 ‘사오리는요 ∼’와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면서 애교스럽게 표현하는 의성어 ‘∼에에 엥’은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애초 일본인으로 알려졌으나 한 핏줄인 재일교포 3세로 밝혀진 데다 ‘한국인이면 반드시 한국어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유학왔다는 그의 얘기가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팬들의 애정과 관심은 더해졌다.
그의 ‘미수다’ 출연 계기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친한 언니가 ‘미수다’ 작가였어요. 그 언니의 소개로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하게 됐어요. 원래 외동딸이라 잘 웃는 데다 말이 많고 시끄러운 편인데 이런 모습을 시청자들은 재밌고 즐겁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는 요즘 스스로 한국인이며 이름은 한국명인 ‘장은주’임을 자주 강조한다. 그에 대한 관심과 호응 못지않게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면서 예쁜 척하는 게 보기 싫다, 일본으로 돌아가라”는 등 그에 대한 악성 댓글도 적지 않아 감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재일교포 2세이고, 어머니는 한국에 살다 스무 살 때 일본으로 시집왔어요. 한국인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모국어를 잘 알고 싶어 한국에 왔는데 이렇게 연예활동을 할 줄 생각조차 못했어요, 앞으로 노래도 배우고 한국어도 더 배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 중 어려운 한국말에 대해선 매니저와 기자에게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었다. 어려운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려고 큰 눈을 휘둥그레 굴리기도 했다. 그에게는 좌우명도 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 사람들에게 늘 밝고 행복한 웃음을 주는 사오리가 되자’라고 외치곤 한다는 것이다.
한국생활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미수다’를 통해 같은 연예인의 길을 걷고 있는 에바 포피엘(일본계 영국인)과 주로 얘기하고 ‘놀러와’를 통해 알게 된 유재석과 김원희가 많이 도와줘 오빠와 언니처럼 생각하고 따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오리의 국내 연예계 성공 가능성은 아직은 미지수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팬들의 사랑을 유지하려면 발랄하고 귀여운 재일교포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다한 이후의 사오리가 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다.
“지금은 멀리 보며 무엇을 꿈꾸기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한국어공부, 노래연습도 하고, 물론 다이어트도 할 겁니다. 사오리는 얼굴 작은데 TV에서 얼굴이 커보인다는 사람도 있어요. 속상해요∼.”
글 박태해, 사진 이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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