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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운하 환경논쟁 거시적 관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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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9-11 14:47:00 수정 : 2007-09-11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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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대선정국에 운하가 여전히 주요 이슈다. 지난 1년간 찬반논쟁이 계속된 것은 정치적 공방으로 빠져든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환경관점의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유럽에서는 운하를 이용한 수로운송이 육로운송에 비해 환경친화적이고 물류비용이 절감된다는 이유로 적극 장려하고 있다. 배는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수송하기 때문에 연료와 인력 소모, 그리고 오염발생이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운하에 운항되는 2500t급 배는 트럭 150∼200대의 화물을 싣기 때문에 단위 무게당 소모되는 연료가 3분의 1 이하다. 

타이어 마모나 비산먼지가 없고 연료소모가 적어 오염 발생량이 7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도로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와 교통체증에 따른 연료낭비와 대기오염 등을 고려하면 수로운송의 환경장점은 이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독일은 171㎞의 인공수로를 뚫어 RMD 운하를 1992년에 개통하였고, 벨기에는 초현대식 선박승강기 스트레피-티유(Strepy-Tieu)를 2003년에 완공하여 수로 운송을 대폭 확대했다. 네덜란드는 수로 운송을 꾸준히 늘려 현재 전체 화물의 29%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또한 유럽연합은 2013년까지 총 8억2000유로(약 1조원)를 참여국가 수로 운송 확대에 지원해주는 마르코폴로 계획을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 운하반대론자들은 환경을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운하를 만들게 되면 하천을 준설하고, 터널을 뚫고, 인공수로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친환경 교통수단이 우리나라에서는 반대론자들에 의해 환경파괴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이는 환경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수입과 수출 물량으로 인해 우리나라 컨테이너 물동량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비교적 저조했던 2000∼06년에도 컨테이너 물동량은 900만TEU(Twenty-foot Equivalent Unit Container, 부피로 환산한 화물량)에서 1600만TEU로 증가했다. 한미 FTA가 본격화하면 물동량은 더욱 늘어나 적어도 2020까지는 4700만TEU 이상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로 건설을 할 경우 엄청난 환경파괴가 우려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경우 경기도 여주에서 경상북도 김천까지 총 151㎞ 구간에 터널 20곳(18.3㎞), 산을 깎은 절개지 405곳(94㎞),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은 도로용지가 무려 10.6㎢(여의도 면적의 3.6배)에 달한다. 철도도 별반 차이가 없다. 경부고속철도에 74㎞에 달하는 터널이 뚫려 있고 곳곳이 산이 잘린 절개지이며 콘크리트로 만든 교각이다. 

우리나라의 화물수송은 도로에 치중돼 막대한 사회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화물 89%는 도로, 9.4% 철도, 1.6% 연안해운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70% 도로, 15% 철도, 15% 수로)이나 미국(65.9% 도로, 15.7% 철도, 6.2% 수로, 2.2% 항공 및 해운)과 같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도로 비율이 너무 높다. 

2004년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화물차에 의한 대기오염비용을 한해 6조869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2005년 정부자료는 도로파손 보수비용으로 연간 2조7000억원, 화물차 유가보조비로 1조1600억원의 예산이 소모되었으며, 교통혼잡비용이 24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책에 대한 올바른 환경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거시(巨視) 환경이론이다. 환경 문제를 미시적 관점에서 단일 사안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다각도로 검토해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운하정책도 운하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물동량 변화, 도로교통의 문제점, 기타 대안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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