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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원 "나의 유창한 중국어 실력? 사실은…"

입력 : 2007-08-14 10:09:00 수정 : 2007-08-14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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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함소원의 ''좌충우돌 중국 활동기'' ④

용기로 시작한 나의 중국행은 곧 ‘오기’로 변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거나 놀라운 집중력과 머리회전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나는 ‘오기’를 보여줬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면이 있었다. 집이 넉넉지 못해서 학생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갖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은데도 내가 번 돈이라고 함부로 안 쓰고 무조건 통장에 저금을 했었다.

일단은 돈이 급했으니깐 내가 사고 싶은 것보다 수중에 있는 ‘현금’이 늘어나는 것이 더 급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독하게 돈을 모아보기도 했고, 엄마가 대학가라고 해서 안 하던 공부에 악착같이 매달리기도 했었다.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중국에서의 오기는 언어문제 때문에 많이 나타났다. 차라리 ‘독기’라고 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독기를 품을 정도의 마음인 것 같다. 수다를 떨어야 하는데 수다도 못 떨고, 누가 나를 쳐다보며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욕하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도 모르고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날 독하게 만든 것은 ‘팬’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날 응원해주는 팬.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고 싶어 중국어에 매달리게 되었다.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영어는 샬라샬라, 중국어는 꽝뚱쩡뚱니하옹’ 이런 식의 유사한 발음과 한국어를 섞어 웃기는 것이 단골메뉴였던 것 같다. 중국에 가니 그네들이 하는 말이 정말 ‘꽝뚱쩡뚱니하옹’ 로 들렸다. 중국어가 작살처럼 내리 꽂히는 것 같았다. 미쳐 피할 틈도 없이 작살을 맞고 있는데 기분이 묘해졌다. 방어할 준비가 되 있지 않는 나에게 작살을 내리 꽂는데 ‘오기’ 품을 만도 하지 않은가.

첫 공연 때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이얼싼스 밖에 모르는 내가 급조한 방법은 mp3로 인사말을 녹음한 것이었다. 공연 하루 전날 밤새워 mp3에 녹음한 인사말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그리고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술술 하니 중국 사람들이 중국어 잘하는 줄 알고 중국어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인사만 잘하면 좋은 이미지를 주고 공연을 무사히 마치겠구나 생각했는데 왠 날벼락! 그 질문 때문에 나의 중국어 실력이 깡그리 들통나고야 말았다.

그 후로 전자사전이 필수품이 되었다. 물론 통역관이 있어서 공연할 때 큰 무리는 없었지만, 중국에서 공연할거면 기본 정도는 배워야 하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뒤에서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일도 많은데 그런 것 조차도 통역관한테 의지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중국생활이 되었을까. 그래서 전자사전을 이용해 대화를 시도했다.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르면, 단어를 찾아 보여주면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 재미에 중국어 맛을 알게 되었다.

영어회화 잘하고 싶으면 드라마 ‘프렌즈’를 보라고 하는 것처럼 나도 중국어를 잘하고 싶어 중국방송을 봤다. 영어는 그래도 들리는 단어가 있지만, 중국어는 꼭 다른 세계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 뉴스, 쇼 프로그램. 뭘 봐도 4차원의 세계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귀를 트이게 하는데 참 좋았다. 그 때문에 두려움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사실, 처음 중국에 갔을 때는 언어 때문에 혼자 나가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다. 말도 못하는데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중국생활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어쩌다 한국 유학생 만나면 반가워서 괜히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유학생이 가야 된다고 그러면 정말 붙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가도 중국인만 있으면 도통 입을 열줄 모르니 사람들이 내가 얌전한 사람인 줄 알았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어처럼은 당연히 못 떠들지만 어느 정도 수다스러운 나로 돌아왔다. 혼자서 시장에도 다니고 값을 깎을 줄도 안다. 먼저 인사도 잘하고, 농담도 주고 받는다. 그래도 아직 중국어는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이냐. 절대 아니다. 내 인생이 절반은 ‘오기’니까.


◆ [함소원의 ''좌충우돌 중국 활동기'' 전체 글 보기]

/ 정리=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 사진 제공 = R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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