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는 발굴 뒤 보존처리와 연구작업에 몰두해온 분석팀을 중심으로 관련 학계가 ‘지정조격’의 역사적·법제사적·문헌적 가치를 평가하는 토론장이 될 전망이다. 김호동 서울대 교수(동양사)가 역사적 가치를, 이개석 경북대 교수(사학)는 법제사적 의의를, 안승준 한중연 교수가 문헌학적 가치를 설명할 예정이다.
법전이 편찬된 중국에서도 지정조격이 남아 있지 않은 터라 영인본 출간에 대한 해외 학계의 관심도 각별하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천가오화(陳高華) 교수와 일본 우에마쓰 다다시(植松正) 교토여대 교수, 미국 베틴 버지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이 ‘지정조격과 원대 사회’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의 저명한 동양학 연구센터인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의 김문경 교수는 미리 공개된 발표문에서 “지정조격 편찬은 이전 한인(漢人)에 동화되고자 시행했던 법전 ‘통제조격’(通制條格)과는 달리, 한인 억제 몽골인 편향 정책의 일환”이라며 “원의 영향 아래 있었던 고려 우왕 3년(1377) 이후 고려의 형사 기본법으로 적용된 데다 조선 세종 때 각종 예제 혹은 형사법 제정을 위한 주요 참고 자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정조격의 간행 연도가 직전 통제조격과 10여년밖에 차이가 안 나는 데다 지정조격 이외의 다른 원대 법률과 관습이 대부분 알려져 있어 내용상 특별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송민섭 기자
◆지정조격 경주본은=지정조격은 형사법인 ‘단례’(斷例)와 일반 법률인 ‘조격’(條格)으로 나뉘어 각각 2책씩 총 4책이 완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선 세종 승문원(承文院) 박사를 지낸 손사성 가문에서 발견된 지정조격은 각기 1책씩 모두 2책만이 발견됐다. 손사성이 업무상 필요에 의해 직접 수집했거나 관에서 지급한 고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는 고려는 물론 조선 왕조 각종 법령에 영향을 끼친 지정조격 연구를 통해 한반도 법전 변천은 물론, 정치·경제·사회사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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