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이라는 신이 있었으니, 예언의 능력을 가졌으며, 궁술과 예술을 지배하는 신으로 제법 잘나가는 신이었다. 하지만 아폴론은 제우스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탄생할 수 없는 신이었다. 제우스는 헤라와 결혼을 하긴 했지만 아름다운 여인만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여자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레토라는 여신을 꼬드겨 정을 통하고는 임신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로 레토의 고욕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헤라의 방해로 그녀는 아이를 낳을 곳을 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 저기 떠돌다 결국 육지와는 격리된 델로스 섬에서 아이를 낳았으니 쌍둥이였다. 하나는 아폴론이었고, 하나는 아르테미스였다.
아폴론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인 레토대신 테미스 여신에게 양육을 받았다. 그는 신들이 마시는 술 넥타르와 신들이 먹는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먹고는 불과 수일 후에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그 후 그는 예언의 능력을 무기로 삼아 많은 여인들에게 프러포즈를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카산드라를 강제로 취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다프네라는 여인을 열심히 따라가자 그녀는 그를 피해 월계수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 쿠마이의 무녀인 시빌레는 그의 제언을 받아들였다. 아폴론은 그녀에게 이렇게 제언을 했던 것이다.
“그대가 나와 사랑을 나눈다면 나는 그대가 두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아주 가는 모래알의 수만큼의 나이를 살게 해 줄 것이다.”
그러자 시빌레는 그 제언에 솔깃했던 것이다.
“좋아요. 그렇게만 미리 예언만 해 준다면 아폴론님이 하자는 대로 하겠어요.”
아폴론은 너무 기뻐서 그녀에게 모래알을 양손에 가득 쥐게 하고는 그 숫자를 헤아려 보았다. 그 숫자는 1000개 이었다.
“좋다. 약속대로 이제부터 그대는 1000년을 살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아폴론은 서둘러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는 흠칫 놀라 물러나며 그를 뿌리치는 것이었다. 강제로 그녀를 범한다는 것도 그에게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화가 날대로 났지만 이미 예언한 일이라 되돌릴 수도 없었다. 그 대신에 그는 시빌레에게 복수를 할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1000년을 살 것은 약속했지만 그녀가 늙지 않을 것은 약속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빌레는 늙고 늙은 몸으로 1000년을 살아야하는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다가 죽었다.
아폴론은 외로웠다. 그래서 택한 것이 동성연애였는데, 그 상대인 히아킨토스마저도 자신이 원만을 잘못 던지는 실수를 범해 그 원반에 맞아 죽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토록 여자 운이 없었던 아폴론은 결국 자신이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는 뮤즈들 중에서 칼리오페라는 뮤즈를 유혹하여 사랑을 나누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폴론이 재주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아주 대단했다. 한번은 사티로스 중 마르시아스가 아폴론에게 악기를 누가 잘 다루는지 겨루자고 도전해 왔다. 그래서 그가 악기를 연주한 다음 아폴론은 비파를 거꾸로 든 채 연주하여 그를 능가했다는 판정을 하고는 그를 잔인하게도 나무에 붙들어 매고 가죽을 벗기기도 했다. 그 이후로 그는 마르시아스가 다루던 악기인 플루트까지도 익혀서 연주를 하곤 했다.
그런 재주를 가진 아폴론은 뮤즈인 칼리오페를 임신 시켜서 아이를 낳았으니, 오르페우스였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리라를 선물 받고, 그것을 타는 법을 배웠다. 역시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그는 무척이나 리라를 잘 다루었다. 그가 리라를 연주하고 있으면 그의 음악을 듣고 매료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신들도 그의 음악소리에 매료되어 멍해지곤 했다. 뿐만 아니라 야수도 그의 곡을 듣기만 하면 유순해져서, 사나운 성질을 버리고 그의 주위에 모여들어 그의 음악을 들으며 넋을 잃곤 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풀이나 나무 등의 식물은 물론 말 못하는 바위들까지도 그가 연주하는 음악소리에 매료되어 그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면 온 세상이 교요한 가운데 청아한 음악소리만 아름다운 선율을 뿌리면서 대기를 수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며 그의 주위에는 야! 수들도 모여들고, 바위들도 그의 곡조에 의해서 부드러워지면서 어떤 물체가 닿아도 부드럽게 안겨지곤 했다.
오르페우스는 틈만 나면 숲으로 나가 리라를 연주했다. 그러면 세상은 고요에 잠기면서 오직 그의 리라소리만 청아하게 숲 속을 메아리치며 매혹을 자아냈다. 그야말로 그가 음악을 연주하는 때면 그곳이 천국이요. 낙원이었다. 그런 그의 연주를 넋을 잃고 듣고 있던 요정들은 모두 오르페우스를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르페우스는 연주에만 빠져 지냈다. 그런 그를 무척이나 흠모하던 나무의 요정 에우리디케가 있었다. 그녀는 그를 아무리 따라다녀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그의 앞에 용감하게 나섰다.
“오르페우스님! 음악도 좋지만 사랑이란 음악보다 더 감미롭고 아름다운 것이랍니다. 내가 그 사랑을 당신에게 가르쳐 줄게요. 그러면 당신이 연주하는 그 음악은 더 아름답고 고결하고 신선하게 들릴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은 그때부터 에우리디케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자 자신의 음악소리보다 심금을 울리는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깊어졌고, 둘이는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는 결혼을 결정하고는 손님들을 초대했다. 그 중에는 혼인을 주관하는 신 히메나이오스도 있었다. 결혼의 신 히메나이오스는 그 결혼에 길조를 가져오기도 하고 결혼을 축하해주는 역할을 하는 신이었으므로 그는 결혼의 축복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히메나이오스는 그의 결혼식에 참석은 했지만 아무런 길조도 가져오지 않았다. 또한 그가 가져온 결혼식을 위한 횃불에서는 연기만 나서, 그들의 눈에 눈물만 나게 했다. 그렇게 결혼식은 끝났지만 오르페우스는 뭔가 개운치 않았다.
‘결혼식에 참가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결혼의 신 히메나이오스는 미남자 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만 그녀와 결혼을 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애태우며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적들이 들이닥쳤다. 해적들은 부유한 집의 처녀들을 납치해갔다. 그런데 그만 너무 아름다운 얼굴의 히메나이오스였던지라 그도 여자로 착각하여 잡아갔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녀들의 무리 속에는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도 잡혀있었던 것이다. 히메나이오스는 해적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몰래 일어나 해적들을 모두 묶어서 꼼짝 못하게 해놓고는 처녀들을 모두 구해서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생명의 은인이 된 히메나이오스는 그토록 사랑했던 처녀와 결혼하게 되었다. 여자 못지않은 아? ㎢牟遲?지녔던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았음인지 그 때부터 결혼의 신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 히메나이오스에게 축복을 받지 못한 결혼식을 올린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맞이하여 진정한 사랑을 배우며 감미로움을 맛보았다. 하지만 결혼식 때의 전조에 의해서인지 에우리디케에게 불행한 일이 닥쳐왔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에우리디케는 평소처럼 친구들인 님프들과 경치 좋은 들길을 걷고 있駭? 그런 그녀가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눈에 띄었다. 그는 그녀를 보자 아름다운 모습에 한 눈에 반해 버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새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 버렸던 것이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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