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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하…"한시도 음악과 떨어져 살아본적 없다”

입력 : 2007-08-04 20:00:00 수정 : 2007-08-04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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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스타, 어떻게 지내십니까 “안녕하세요. 가수 이은하씨 매니저입니다. 15년 만에 새 앨범이 나왔는데, 노래 한번 들어 주시고 잘 부탁합니다.”
지난달 말 가수 이은하의 매니저인 30대 후반의 남자가 느닷없이 회사로 불쑥 찾아왔다. 그는 여의도에 새로 생긴 음반제작사 ㈜밀키웍스의 홍보이사라며 명함과 함께 이은하의 새 앨범을 건넸다. 음반에 실린 노래 목록을 보니 모두 신곡이었고 끝부분에 한 곡이 평소 알고 있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 눈에 띄었다.
“어∼, 이 노래는 옛날 노랜데.” 그러자 그는 “이번 앨범은 요즘 흐름에 맞는 신곡들로 채웠고 ‘미소를 띄우며…’ 한 곡만 리메이크해서 실었다”고 설명했다. 음반에 관한 여러 얘기를 주고받다가 1970, 80년대 최정상급 가수였던 이은하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오랫동안 TV에서 볼 수 없었던 그가 뭘 하고 지냈는지, 직접 만나서 듣고 싶다고 했더니 매니저는 인터뷰 자리를 주선해 주었다.
가수 이은하 하면 70, 80년대 유행했던 ‘멀리 기적이 우네∼’로 시작하는 ‘밤차’를 비롯해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아리송해’ 등의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당시 허스키한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옥같은 히트곡을 낸 그는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왕년의 톱스타. 인터뷰가 있는 날 이은하는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어휴, 미안합니다. 치과에 들러 임플란트 치료를 받다가 길어져서 그만….”
이은하는 비슷한 연배의 여자와 함께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25년 전 사회에서 만난 한 살 어린 동생 정혜경이라고 소개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의지하며 친자매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덧붙였다.
TV에서만 봐오던 그를 실제로 만나보니 예전 모습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외모나 목소리는 여전했다. 70년대 초 가수로 데뷔했으니까 얼추 쉰은 넘었으려니 하고 나이를 물어봤는데,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올해 마흔 일곱이에요. 61년생 소띠거든요. 그런데 호적에는 실제보다 세 살 많게 올라 있어요. 제가 13살 때 데뷔했는데, 그땐 나이가 어리면 가수가 될 수 없다고 해서 아버지가 세 살이나 올려 놨어요.”
그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실제 나이보다 더 많은 줄 잘못 알고 있다”면서 “이젠 제 나이를 찾고 싶어서 한 달 전 법원에 호적정정허가 신청서를 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음악과 떨어져 산 적이 없어요. TV 화면에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지 항상 음악과 함께했지요.”
이은하는 지난해 10월부터 직원 3∼4명 규모의 ㈜밀키웍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를 설립해 빠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사무실 한켠에는 미니 콘솔박스와 기타 등 각종 악기를 비치해놓고 음악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신의 컴백 앨범 발표와 더불어 신인 가수의 음반 제작도 병행하고 있다.
“7∼8년 전에 신인 가수 음반을 냈다가 빛도 못 보고 돈만 5억원 정도 까먹었어요.”

그는 “가수였던 제가 제작자로 나서 잠시 주목을 받었지만, 매니지먼트가 뭔지도 모르고 음반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큰 낭패를 봤다”며 “다신 그런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후배 가수 양성과 함께 자신의 새 앨범 제작에도 심혈을 쏟았다. 3년간의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컴백 앨범을 완성한 것이다.
“중견 가수들이 다루지 않는 새로운 음악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젊은층을 겨냥해 유로풍의 트렌스(일렉트로닉)와 재즈 하우스 장르의 노래를 음반에 실었는데,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는 남들은 겁이 나서 하지 않는 장르를 시도하니까 주위에서 많은 격려도 해주고 힘을 실어줬다고 귀띔한다.
2005년 여름, 영국에 사는 친구와 이탈리아에 있는 아는 동생을 만나러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20대 젊은 가수들이 요즘 트렌스 음악을 하잖아요. 유럽은 중견가수들이 많이 하고 있었어요. 음악의 얕은 맛보다 깊은 맛을 낼 줄 알고 리듬을 타면서 쪼갤 줄 안다는 거죠.”
유럽에 머무를 때 TV 트렌스 뮤직채널에서 나이 든 가수들이 많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 새로운 음악 장르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팝스타 마돈나도 나이 50에 음악을 하는데 저라고 못할 거 없잖아요.”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유명 작곡가들로부터 수백곡을 받아 선곡을 거친 뒤 10월 녹음작업에 들어가 지난 5월 완성된 앨범을 선보였다.
2005∼06년에는 공부 욕심도 생기고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과 경원대 산학정책과정 등 여러군데 대학원을 다니며 인생수업을 받았다.
“연예인들은 모르는 사람과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도 마음 문을 열고 대학원에 다닐 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사람과 만나 대화하고 문화적 교류를 갖다 보니까 사회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가 세상에 눈을 뜬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한창 활동하던 가수왕 시절에는 대통령도, 장관들도 팬이라고 부러워했다”며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최고라고 여겨온 그는 어떤 모임이든 ‘공주’ 대접을 받는 자리에만 골라 다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을 찌를 듯한 그의 자존심도 많이 꺾였다.
요즘처럼 바쁘기 전에는 주로 골프로 하루를 보냈다. 중견 연예인 20여명으로 만들어진 골프모임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골프 경력만 20년이 넘었고 핸디는 18. 현재 여의도 59평짜리 ‘롯데캐슬’에서 싱글로 살고 있는 그는 요가와 헬스로 건강을 지켜가고 있다.
“스물다섯 살 때 프러포즈를 받아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그 후론 결혼 상대를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는 “이수미 언니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저도 언젠가 짝이 나타나겠죠”라며 “결혼을 안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글 추영준, 사진 송원영 기자 yjchoo@segye.com












■이은하 연보
▲1961년 5월 서울 출생, 경남여중고
▲1973년 ‘임마중’으로 데뷔
▲1976년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발표
▲1977년 ‘밤차’ 발표
▲1978∼9년 TBC 가수왕
▲1984년 KBS 가수왕
▲2005년 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6년 음반제작사 (주)밀키웍스 대표이사
▲∼ 현재 신곡 ‘컴백’ 발표


이은하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폭발적인 가창력 갖춰
수많은 히트곡으로 9년 연속 10대 가수에


‘밤차’,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등의 히트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은하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 할아버지가 서울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했으며, 아버지 이배영(69)씨는 아코디언 연주자로 활동했다. 서울 왕십리 일대 5층짜리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아버지 이씨는 1973년 ‘임마중’이란 곡으로 딸 은하를 가수로 데뷔시켰다.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던 13세 때였다. 당시 17세 미만은 방송국이나 업소에 출연할 수가 없어 매니저 역할을 했던 아버지가 실제 나이보다 세 살이나 많게 호적을 고쳤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성숙하게 보이려고 가슴에 뽕을 넣고 다녔어요.”
이탈리아 노래를 번안한 ‘최진사댁 세째딸’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그는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밤차’ 등을 연이어 발표했고 그 후 9년 연속 MBC 10대 가수에 들었으며 TBC 78, 79년 가수왕과 KBS 79, 84년 가수왕을 차지했다.
79년에 발표한 ‘아리송해’는 이듬해 대학생들이 가사를 바꿔 운동권 노래로 부르는 바람에 그는 사정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85년에는 ‘이은하와 호랑이’란 밴드에서 리드보컬로 활동했으며, 그 팀에서 건반을 치던 멤버가 ‘달빛 창가에서’와 ‘선녀와 나뭇꾼’으로 유명한 가수 김창남이다. 그는 몇 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의 마돈나’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톱스타의 길을 걸어온 그는 92년 ‘탈출’이란 곡이 담긴 앨범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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