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플랫폼''誌, 해리포터 열풍 속 국내 판타지문학 점검

입력 : 2007-07-19 16:00:00 수정 : 2007-07-19 16:00: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마니아층 한계 넘어 대중성 획득
장르소설 활성화까진 ''산넘어 산''
지난 10년간 국내 극장·서점가를 평정해 온 ‘해리포터’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개봉 일주일 만인 18일 현재 전국 185만 관객을 동원했다. 해리포터의 마법은 서점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6편이 출간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3억2500만부 중 2000만부 이상은 한국에서 팔려나갔다.
21일 출간 예정인 완결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은 벌써 예약 주문이 몰려 이미 외서 분야 2위에 올라 있다. 또 190억원짜리 보안 시스템을 뚫고 빼내왔다는 해리포터 결말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판타지소설에 유난히 인색했던 한국 문화지형이 바뀐 것일까. 1994년 출간돼 지금껏 800여만부가 팔린 이우혁의 ‘퇴마록’과 1998년 출간돼 100여만부가 팔린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등은 여전히 한 장르문학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부모에게 ‘드라’(드래곤 라자) 사달라 하면 ‘공부나 해’라고 욕먹고, ‘해리포터’ 사달라면 ‘에구, 내 새끼’라고 칭찬 듣는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성은애 단국대 영문과 교수는 최근 발행된 문화비평지 ‘플랫폼’ 7·8월호에서 해리포터 열풍과 상대적으로 척박한 국내 판타지문학 환경을 점검했다. 성은애 교수는 일단 ‘번역’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해리포터가 끊임없이 이슈와 논란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영문판이 출간되고 3∼4개월 뒤에나 번역본이 나오는 상황에서 해리포터는 원서 출간, 번역본 출간, 영화 개봉 등으로 1년 내내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리포터’라는 책이 컴퓨터게임보다는 아이에게 나을 거라는 어른들의 판단 ▲청소년 영어학습에 대한 어른들의 열의와 불안감 ▲유난히 경쟁적이고 힘겨운 학교 생활에 대한 아이·부모의 반작용(호그와트로 대표되는 영국식 학교에 대한 부모들의 동경) ▲전래동화 대신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서유럽 동화를 보고 자란 기성세대 인식 등이 더해져 오늘날 국내 해리 열풍을 가져왔다는 게 성 교수의 분석이다.
성 교수는 해리포터의 성공과 맞물려 일부 마니아층에만 한정됐던 국내 판타지도 폭넓은 대중성을 얻었지만 장르소설을 활성화하는 차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게임 스릴러로 화제를 모았던 김민영의 ‘팔란티어’(2006 재출간)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상당히 기대고 있고, 김용규·김성규의 ‘알도와 떠도는 사원’(2006 개정판) 역시 해리포터에 빚지고 있다.
그는 “국내 작가와 독자의 상상력은 지나치게 서구적인 틀에 의존적이며, 정책입안자들은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내용을 채워줄 자생적인 인문학적 교양의 깊이에는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민 ‘매력적인 미소’
  • 김민 ‘매력적인 미소’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