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 속에 또 다른 자신들을 한가득 그리고 끝없이 품고 있는 모양새다. 브로콜리뿐 아니라 소나무 전체의 모양과 가지들의 모양, 고사리 잎, 눈의 결정이 생기는 모양 등에서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어느 부분을 잘라도 전체와 닮은 자기 닮음이면서 끝없이 반복되는 성질을 지닌 것이 프랙탈(fractal)이다. 1975년 만델브로가 고전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으로는 불규칙적인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연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새로운 도구로서 프랙탈을 소개하였다.
만델브로는 ‘구름은 구가 아니고, 산은 원뿔이 아니고, 해안선은 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각형이나 입체도형들이 자연을 추상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나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해안선을 지도와 같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겠는가? 실제 해안선은 지도보다 더 복잡할 뿐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직접 걸으면서 바라보는 것, 또 기어가는 개미가 보는 해안선은 같으면서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프랙탈 기하는 주변의 불규칙한 사물이나 현상들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도구로, 자연을 측량하고 탐구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프랙탈 기하의 대표적인 예로 코흐의 눈송이, 시어핀스키 피라미드, 멩거 스펀지, 칸토어 집합 등이 있다. 그렇다면 프랙탈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어핀스키의 피라미드〈그림 2〉
시어핀스키의 피라미드를 좀 더 탐구해보자. 그림과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하여 5단계, 6단계 그 이상까지 나아가다 보면 어떤 모양이 될지 생각해보자. 검은색 정삼각형 내부에 생기는 흰색 정삼각형의 개수는 무수히 많아지고 그 넓이의 합은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반면 검은색 정삼각형은 그 개수는 많아지지만 넓이의 합은 점차 작아질 것이다. 위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 결국 흰색 정삼각형 넓이의 합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0단계 삼각형의 넓이=1
그렇다면 검은색 정삼각형은 흰색 정삼각형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렇지 않다. 아무리 흰색 정삼각형의 개수가 많아져도 검은색 정삼각형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무한의 세계에서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무심하게 일어나는 법이다.
코흐의 눈송이<그림3>
코흐의 눈송이는 어떨까? 단계가 높아질수록 정삼각형의 각 변에 작은 뿔처럼 정삼각형들이 돋아나면 눈송이가 점점 커지게 된다. 돋아나는 정삼각형의 크기가 작아지긴 하지만 대신 개수가 많아지니까 눈송이가 점점 커져서 그 넓이 또한 무한히 커지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무한의 세계에서는 티끌 모아 그저 티끌이 되기도 하는 법! 눈송이 둘레의 길이는 무한히 길어지지만 그렇다고 넓이까지 무한히 커지 지는 않는다. 위 과정을 계속 반복했을 때 눈송이의 넓이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0단계 삼각형의 넓이=1
눈송이가 커져봐야 처음 눈송이 넓이의 8/5배보다 커질 수 없다. 코흐의 눈송이는 아무리 굴러도 무한히 커지지는 않는 특이한 성질을 가진 셈이다.
이런 도형들의 차원은 어떻게 될까? 선은 1차원, 면은 2차원, 공간은 3차원임을 이미 알고 있다. 시어핀스키 피라미드의 차원은 얼마일까? 평면도형이니까 2차원일까? 자기 닮음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둘레의 선만 남으니까 1차원일까?
자기 닮음 도형의 차원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구한다.
시어핀스키 피라미드의 작은 정삼각형들은 처음 정삼각형과 닮았고 차원은 약 1.58이다. 어떤 단계의 도형으로 계산하더라도 차원은 같다.
1단계 : 조각의 개수는 3(N=3), 조각의 한 변의 길이는 1/2(축소율 r=1/2)
2단계 : 조각의 개수는 9(N=9), 조각의 한 변의 길이는 1/4(축소율 r=1/4)
같은 방법으로 선분의 차원을 계산하면 1, 정사각형의 차원은 2가 된다. 알고 보면 선분이나 정사각형 역시 프랙탈이었던 셈이다.
조각의 개수는 3(N=3), 조각의 길이는 1/3(축소율 r=1/3)
∴선분의 차원
시어핀스키 피라미드의 차원이 1차원과 2차원 사이인 것과 비슷하게 대개 프랙탈 도형들은 정수와 정수 사이의 차원을 가진다. 실제로 해안선들의 차원을 계산하면 대
정미자 신림고 수학교사 |
개 1∼1.3 정도라고 한다. 차원이 1에 가까울수록 매끄럽고 직선에 가까운 모양, 2에 가까울수록 꼬불꼬불 평면을 메울 정도로 복잡한 모양, 3에 가까울수록 공간을 거의 메워 입체처럼 보이는 모양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의 바람처럼 자연수나 유리수로 충분히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프랙탈이 보여주고 있다.
정미자 신림고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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