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교실’은 제목에서부터 진한 공포 냄새를 풍기지만, 결국 그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예상한 대로 사람들은 한밤중에 불 꺼진 해부학 실습실에 갇히고 카데바(해부용 시체)인지 귀신인지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하나씩 죽임을 당한다.
영화는 한 아름다운 여성 카데바를 둘러싸고 의학도 여섯 명이 겪는 미스터리를 그렸다. 카데바 여인에 메스를 들이댄 여섯 명은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고 한 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남은 선화(한지민), 중석(온주완), 기범(오태경)은 카데바가 이 사건과 관계가 있음을 알아채고 그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카데바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선화와 해부학 교수 지우(조민기)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겹겹의 복잡한 내러티브를 펼쳐놓는다.
푸른빛의 음산한 카데바와 어둠 속에서 실습대가 움직이는 금속성 음향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구절절한 사연은 그간 다른 공포영화에서도 계속 봐왔던 것들이다. 억울한 죽음, 한(恨), 복수, 정신이상자, 살인마 등 공포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똘똘 뭉친 채 영화 후반부 한꺼번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다보니 오히려 흐름이 산만해지고 개연성마저 떨어지는 느낌이다.
김지희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