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허리 디스크’ 같은 질환으로 인해 원만한 부부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허리 디스크가 생기는 이유는 ‘추간판’의 탈출에 있다. 허리 등뼈 사이에는 뼈와 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있다. 추간판은 인대 조직이 뒤에서 받치고 있다. 그런데 인대 조직이 파열되고 추간판이 뒤로 밀려나 신경근이나 척수경막을 압박하면 요통과 신경질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을 ‘허리 디스크’ 혹은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허리 디스크 환자는 대다수 젊은 층이다. 5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발생 빈도는 드물고, 주로 20대 초반-30대 전후로 발생한다. 젊은 나이에 허리 디스크에 걸린다면 더욱 ‘남자로서의 구실’은 끝났다며 절망할 수 있다. 또 남편이 허리 디스크에 걸렸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아내를 측은하게 보기도 한다. 미혼 남자라면 결혼을 하는데 있어 큰 결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허리 디스크에 걸리면 부부관계가 불가능해지는 것일까?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신촌연세병원 척추센터 배중한 소장은 “허리 디스크는 4번 요추-5번 요추 사이, 5번 요추-1번 천추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부위는 성행위와 관련 되는 신경 분포와 다르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가 부부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물론 되도록 허리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서 자세와 행동을 주의할 필요는 있다.
한편 부부관계를 하면 안 되는 허리 디스크도 있다. 증상이 진행된 허리 디스크로 인해 심각한 급성 요통이 발생했을 경우다. 이때 부부관계를 하게 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허리를 과도하게 비틀거나 잘못된 자세를 취한 채 허리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더 큰 허리 통증이 유발된다.
심각한 요통 환자는 침대에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베개는 약 6cm 이하를 사용하면 디스크 내 압력을 줄일 수 있어서 편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서 물리치료와 근력강화 운동을 겸용하면 점차 증상이 나아지고 부부관계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허리병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이다.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는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반복적인 동작은 허리 디스크에 걸릴 확률을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배중한 소장은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한다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라고 말했다.
나쁜 자세도 허리 디스크의 원인이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앉거나, 다리를 한쪽으로만 꼬면 골반과 척추가 뒤틀어지고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엉덩이를 의자에 바짝 붙이고 두 다리는 바닥에 가지런히 놓는 것이 좋다. 또한 나쁜 운전 자세도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과도한 담배, 술, 커피도 피하는 것이 좋다. 배 소장은 “담배 속 일산화탄소는 척추의 혈액순환을 저하시켜서 디스크 변형을 일으키며 술과 커피는 뼈 속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서 디스크를 약화시켜 손상이 쉬운 상태로 만든다. 아예 금할 수 없다면 자제가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허리 디스크는 추락으로 심한 외상을 입었거나 교통 사고 등으로 척추에 심한 충격을 받아유발되기도 한다. 준비 운동 없이 지나친 스포츠를 해서는 안되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운전을 하는 것이 좋다.
허리 디스크로 인해 통증이 심각하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초기 허리 디스크라면 온찜질, 자세교정, 허리 근육보강 운동 등의 물리요법과 근육이완제 등의 약물요법으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통해서도 호전이 없다면 수술적인 치료를 하게 된다.
최근 허리 디스크 수술에는 내시경을 이용한다. 내시경 수술이란 몸에 내시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만 뚫어서 튀어 나온 추간판을 제거하고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수술이다. 이는 부분마취를 하므로 전신마취에 부담을 갖는 성인병환자나 고령의 환자도 수술이 가능하며 회복 시간도 빠르다. 내시경 수술은 허리 디스크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안신길 세계닷컴 기자 ejournal@segye.com
<■도움말=배중한 신촌연세병원 척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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