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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람들은 왜 개성이 다른가

입력 : 2007-06-23 17:16:00 수정 : 2007-06-23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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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사회화·지위 통해 다르게 행동”
“유전자·환경 탓” 기존 심리학계 반박
개성의 탄생/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곽미경 옮김/동녘사이언스/1만8000원

미국의 여류 심리학자 주디스 리치 해리스는 1998년 ‘양육가설’이라는 저서를 발간해 언론에 집중 조명되면서 미국 심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저자는 책에서 ‘부모는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는데, 발달심리학계에서 보면 엄청난 이단이었다. 상당수 발달심리학자는 부모가 자녀의 성격 형성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에 평생을 바쳤고, 그 결과 부모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런 해리스가 이번에는 ‘개성’이라는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개성의 탄생’은 각자가 가진 성격, 즉 개성이라는 미스터리를 밝히는 일종의 과학탐정물이다. 100사람의 얼굴이 다르듯이, 100사람의 성격도 다르다. 기존의 심리학계에서는 개성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을 ▲환경의 차이 ▲유전자와 가정환경의 복합적인 원인(본성과 양육의 문제) ▲유전자·환경의 상호작용 ▲출생 순서와 가족 내 환경의 차이 ▲유전자·환경의 상관관계 중 하나라고 파악했다.
그러나 저자는 반기를 든다. 해리스는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개성과 행동이 다른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사회심리학·유전학·진화생물학 등 과학의 샛길을 다니면서 단서를 찾는다. 예컨대 기존 학자들이 주장하는 5가지 요인을 하나씩 검토해 나가면서 제외한다.
가장 명확하게 찾아낸 사례가 일란성 쌍둥이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두 사람이 유전자도 똑같고, 양육도 똑같이 이뤄졌는데, 어째서 개성이 다른가 반문하면서 이 ‘다섯 용의자’들이 모두 ‘범인’이 될 수 없음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심지어 20년 넘게 몸이 붙어서 살아야 했던 접착쌍생아조차도 개성이 달랐다는 것이다.
저자가 찾아낸 ‘범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관계 체계 ▲사회화 체계 ▲지위 체계 등 3가지 요인이었다. 즉,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관계체계, 집단의 성원이 되려고 하는 사회화체계, 경쟁자를 앞지르려고 하는 지위체계가 각자를 다르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와 조화를 위해 장기적인 행동을 수정하며, 이를 통해 어떤 면에서 더욱 비슷해진다. 반면, 경쟁자들과 경쟁하는 갖가지 방법을 강구하며 서로 달라진다. 그 결과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찾은 해답은 프로이트 이후 “개성에 관한 가장 독창적 연구 결과”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쌍둥이와 자폐아, 침팬지, 새, 개미 등 전 방향을 누비는 저자의 연구 역정이 돋보인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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