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그리고 섹스’는 평범한 일상과 다소 거리를 둔 도시 아웃사이더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사랑 방식과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직업상담센터 사무원인 사토시(수다 겐지)는 진지한 성품에 누구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지독한 성인용 에로 비디오 테이프 수집광이다. 여고생 아이바(아이바 루비)는 등교하지 않고 친구 마미와 함께 성인용품점에 놀러가거나 거리를 배회한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사요리(시온 마치다)는 매사에 쉽게 싫증을 내고 조직에 속하는 것을 꺼리며 큰 집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친구들에게 두들겨 맞거나 돈을 빼앗기는 그의 동생은 집에서 키운 버섯을 지인들에게 팔거나 선물한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은 이들 네 명. 사회와 소통하지 못한 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전형적인 현대인들이다. 사회에서 소외당할 만한 고민과 문제점을 모두 지녔다. 이들은 그 고민과 문제점들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필요충분조건을 이루는 완벽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급기야는 복잡한 애정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네 주인공은 자신들의 사랑 표현법이 일반적이지 않은 데다 심지어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긴 여인에 대해 그저 좀 더 알고 싶어서 스토킹을 시작하고, 호감이 가는 남자를 위해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진중하게 묘사되어 여느 애정 영화와는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사토시는 “평소 규칙적인 고통을 받으면 욕망을 억제하기 쉽다”는 신념으로 주먹 만한 돌덩이를 20개쯤 깔고 잔다. 그는 짝사랑하는 사요리에게 한마디 실언을 건넸다가 질책을 듣게 되자, 화장실에 가서 볼펜으로 자신의 배를 쿡쿡 찔러대며 할복하는 시늉을 통해 자학한다.
아이바는 사요리에 대한 ‘작업’ 방법을 상의해오는 사토시에게 “강간하는 게 어때요? 이 언니는 강압적인 남자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며 단 1초의 생각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불쑥 꺼내놓는다.
성인에로영화계에서 명성을 얻은 니시무라 신야 감독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잔잔하게 극을 끌어가면서도 갖가지 궁금증을 유발하며 재기발랄하게 현대인들의 섹스 라이프를 들춰 보인다. 사랑보다는 섹스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의 사랑방정식을 희화하며 꼬집는다.
감독은 롱샷과 클로즈업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적절히 표출하며 자신만의 영상 스타일을 연출했다. 사토시를 사랑하는 건지, 동성인 사요리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사랑하는 건지 답을 구하지 못한 아이바가 멀리서 홀로 빈 벌판을 걸어오는 대목은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만한 장면이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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