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땡처리'' 수준… 인기브랜드는 교환 안 돼 지난 1일 문을 연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이하 여주아울렛)’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내 최초의 명품 아웃렛으로 주목받았지만 오픈 열흘을 넘기면서 인근 지역의 교통 체증과 미흡한 상품 구성, 각종 부대시설 부족 등으로 지역민과 쇼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최고의 명품을 값싸게 마련할 기회를 제공, 가족 단위의 쇼핑몰로 자리매김하겠다던 설립 목적이 무색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명품’ 사러 가는 길은 ‘고생길’=지난 9일 오전 9시30분쯤 영동고속도로 신갈나들목 부근. 강릉 방향 영동고속도를 이용하려는 차량과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밀려드는 차량들이 뒤엉키면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여주나들목에 도착한 시간은 12시40분. 평소 40여분이면 닿을 구간이 3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한국도로공사 여주영업소 박용만 과장은 “여주아울렛 오픈 이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교통량이 평균 150%가량 늘었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4개의 요금소를 6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여주아울렛에서 만난 이수영(39)씨는 “인천의 집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 오후 3시에 도착했다”며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 쇼핑할 시간도 별로 없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여주아울렛 측은 오픈 이후 지난 9일 동안 20만명의 쇼핑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했다.
◆2% 부족한 상품 구성과 매장 운영=여주아울렛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2004∼06년에 출시된 것으로 정상가에서 40∼65%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인기상품이 크게 부족하다는 게 쇼핑객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에서 온 박하늘(28·여)씨는 “버버리·구찌 등의 매장에는 작년과 재작년 인기를 끌었던 제품과 디자인은 모두 빠졌다”며 “해외 명품 아웃렛에 비해 상품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평균 사이즈가 많이 없어 ‘땡처리’ 수준”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일관성 없는 매장 운영도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폴로(15일 이내)와 빈폴·나이키(7일) 등은 일정기간 내에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지만 버버리·구찌·코치·페라가모 등 인기브랜드들은 환불은 물론 교환조차 되지 않는다.
고객 김성령(31)씨는 “지난 주말에 산 옷의 사이즈를 바꾸기 위해 3시간가량 자동차로 달려왔는데 매장 측은 ‘죄송하다(교환이 절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객 외면한 부대시설=여주아울렛은 가족 단위의 쇼핑몰을 모토로 내걸었다. 하지만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이 이용할 만한 공간은 전무한 상태다. 군데군데 설치된 벤치만이 이들의 유일한 휴식처일 뿐이다.
특히 식당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높다. 신호상(27)씨는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서는 20여분 이상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며 “식탁을 차지하는 일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여주아울렛 측은 “식당 3곳에서 1000여석을 확보했지만 고객들이 워낙 많이 몰려들어 감당하기가 힘든 실정”이라며 “지난 3일에는 6만여명이 몰리면서 준비해 놓은 음식까지 동났다”고 말했다.
여주=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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