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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스- 술김에 동침하여 아이를 임신시키고, 그 아이에게 죽음을 당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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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5-28 00:00:00 수정 : 2007-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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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운명이란 참 묘한 것이어서 인연이 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만나게 되어있다. 또한 어쩌다 헤어져도, 설령 철천지원수가 되어 헤어진다고 할지라도 인연이 있으면 원수가 아니라 서로 돕는 관계로도 다시 만날 수도 있는 것, 그것이 인연이다. 그러니 어느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 일이며, 헤어지는 순간에도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헤어질 일이다.

안티오페는 장성한 두 쌍둥이 아들들이 앞에 늠름하게 버티고 있었지만 그들이 자신의 아들인지 알 리가 없었다. 또한 암피온과 제토스도 안티오페가 자신들을 낳은 어머니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양치기가 다시 안티오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당신은 복장으로 보아 노예가 틀림없는데 왜 도망을 친 것이오?”
안티오페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가 양치기가 재촉하자, 그녀는 혹여 다시 디르케에게 잡혀갈까봐 두려워하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예, 저는 억울하게 잡혀서 디르케의 노예가 되긴 했지만 원래는 노예가 아니었어요.”
“그러면 너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이냐? 만일 우리가 디르케의 노예를 보호해 주었다가는 우리 모두 죽임을 당할 수도 있으니, 솔직히 말해 보거라!”

안티오페는 자신의 정체를 다 말하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자신의 이름이 안티오페라는 것 만을 밝혔다. 그러자 양치기는 “안티오페라!” 라고 말하며 잠시 있더니 제토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제토스! 혹여 노예를 숨겨주었다가는 우리가 경을 칠 수도 있으니 네가 맡아서 잘 지키도록 하여라.”
제토스는 그녀가 어머니인지 모르고 있었으므로 그는 그녀를 노예취급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마침 키터이론 산에서 디오니소스 신을 위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축제를 디르케가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안티오페 일행이 그녀의 눈에 띄게 되었고, 단번에 디르케는 안티오페를 알아보고는 제토스에게 명령했다.
“정녕 네가 이 년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렷다. 이 년은 나의 노예 안티오페라는 년이다. 썩 이리로 데려오너라!”

그러자 암피온과 제토스는 디르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왕비 마마! 우리는 단지 숲에서 발견하여 데리고 있었을 뿐이옵니다.”
“그러면 됐다. 저년을 데려다가 저기 황소의 뿔에 묶어 두어라!”
그러자 제토스는 안티오페를 강제로 끌어다가 미친 듯이 날뛰는 황소의 뿔에 그녀를 묶어 놓았다. 그녀는 제토스를 향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제토스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이제 꼼짝없이 죽을 운명에 처한 안티오페, 그녀는 결국 자신이 낳은 아들에 의해 죽을 운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양치기는 곰곰이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안티오페” 어디선가 들은 듯 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그는 심한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모습으로 당황하며 암피온과 제토스를 불렀다.
“얘들아, 이제야 생각났구나. 실은 나는 너희들을 숲에서 얻어서 키웠을 뿐이란다. 그런데 너희들을 낳은 친 어머니는 바로 저 여인, 안티오페야. 내가 진작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좋으냐.”

이 말을 들은 암피온과 제토스는 사태가 심각해 진 것을 알고는 어찌됐든 어머니를 우선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용감하게 달려가서 어머니를 미친 듯이 날뛰는 황소의 뿔에서 풀어 놓아주었다. 그러자 이 모습을 지켜본 디르케 일행이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 무예가 출중했던 제토스는 이들 무리들을 물리치고는 디르케를 붙잡아서 대신 황소의 뿔에 붙잡아 맸다. 디르케는 사태가 이상하게 발전하자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토스와 암피온은 이미 양치기로부터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으므로 디르케가 당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된 디르케는 자신이 열렬하게 섬겼던 디오니소스를 행해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자 디오니소스는 디르케가 자신을 열심히 섬기는 신자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녀를 구해주었다. 한편 어머니를 구해서 돌아온 이들은 어머니로부터 그간에 일어났던 일들과 그 모든 전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암피온과 제토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테베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그때부터 서둘러서 군대를 모았다. 준비가 끝나자 이들은 군대를 이끌고 테베로 진격해 들어갔다.

이무렵 테베는 라이오스가 왕이었다. 라이오스의 아버지 라브다코스는 리코스의 보살핌을 받아 성장을 하여 왕권을 차지했었지만, 왕권을 차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베왕 판티온과 싸우다 죽고 말았다. 그에게는 한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있었으니 그가 라이오스 이었다. 이제 라이오스도 성인이 되어 왕권을 차지할 나이가 되어있었다. 이때에 암피온과 제토스의 군대가 들이닥친 것이다. 미처 방비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리코스의 군대는 맥없이 지고 말았다. 암피온과 제토스는 어머니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리코스를 잡아 사형에 처하고, 라이오스에게서 테베의 왕권을 빼앗고 말았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라이오스는 재빨리 피사의 펠롭스 왕궁으로 피하여, 그곳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암피온과 제토스는 테베를 차지하자 득의만만했다. 두 형제는 사이좋게 테베의 왕이 되어 성을 굳건히 하기로 했다. 제토스는 무예가 뛰어났지만 사실 암피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었다. 이들 형제는 성을 강하게 쌓기로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성벽을 쌓으려고 모아놓은 돌들 앞에선 암피온은 비파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움직임이 없던 돌들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한참 후에 굳건한 성벽이 되는 것이었다. 내심 이제까지는 암피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는 걸로 여겼던 제토스는 그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암피온은 성이 완성되자 7개의 문을 내었다. 그의 비파의 현이 7개였기 때문이었다. 성이 완성되자 이들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암피온의 아내 니오베는 농담 삼아 레토를 모욕하는 말을 했다.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레토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두 명의 자식밖에는 없잖아. 나는 자식이 열 두 명이나 된단 말이야.”

이 말을 들은 아폴론은 어머니에 대한 모독에 화가 났다. 아폴론은 즉시 니오베의 아들들을 모두 죽여 버렸고, 아르테미스는 니오베의 딸들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절망과 공포감에 빠진 니오베는 리디아로 돌아갔지만 신들은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녀는 벌을 받아 돌기둥이 되고 말았다. 신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하고 초라하다는 것을 절감한 니오베의 남편 암피온은 그 자리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쌍둥이 형제인 암피온이 죽자 무기력하게 지내던 제토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의 하나밖에 없던 아들마저도 그의 아내 테베의 실수로 죽고 말았다. 아들을 형제를 잃은 데다가 아들까지 잃은 제토스도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이내 죽고 말았다.

아들들이 죽고 나자 비운의 여인 안티오페는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 한 아픔을 겪었다.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날부터 광인이 되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제우스와 정을 통한 이후로 그녀에게는 지독하게도 되는 일이 없었다. 처녀가 임신했다는 것이 이토록 운명을 꼬이게 만들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디르케의 손에서 놓임을 받기는 했지만 그녀는 분명 디오케의 신 디오니소스의 저주로 광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는 미친 여자가 되어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키포스라는 나라에까지 이르렀다.

키포스는 시시포스의 후손인 포코스가 세운 나라였다. 포코스는 코린토스에서 이주하여 파르나소스 산 부근에 이 나라를 세웠던 것이다. 포코스는 디오니소스에게 벌을 받아 미친 안티오페가 찾아오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미모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그녀를 맞아들여 그녀의 병을 지극 정성을 대해 고쳐 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의 정성과 친절에 반한 안티오페는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사생아를 낳고, 우여곡절을 겪었던 안티오페의 말년은 그런대로 행복했다. 이들은 행복한 생활을 하며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았으니, 파노페우스, 크리소스, 나우보로스이다. 행복하게 살다가 조용히 죽음을 맞은 이들 부부는 함께 디트레이아 지방에 묻혔다. 그 후 그녀의 아들이자 사생아들이었던 제토스와 암피온의 무덤에 있는 흙을 이들 부부의 무덤에 뿌리면 풍년이 보장되었다고 한다. 과거를 묻지 않고 따뜻하게 사랑해주었던 포코스의 무덤은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한편 단기간의 섭정 끝에 암피온과 제토스가 죽게 되자, 라이오스는 왕권을 되찾기 위해 테베로 돌아왔다. 테베의 왕이 된 라이오스는 메노이케우스의 딸 이오카스테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아기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라이오스는 자신을 이어 왕이 될 자식을 낳기 위해 델포이의 신탁에 물었다.
“네가 만일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이 나중에 너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이를 가져선 안 되느니라.”

아이를 바라던 그는 그날부터 오히려 자식을 가져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의도적으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아내와 잠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해서 깜빡 그 생각을 잊고는 아내와 잠자리를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그토록 아이가 생기지 않던 아내는 임신을 하고 말았다.
이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달이 차자 태어난 아들이 오이디푸스이다. 그는 아기가 태어나자 곧 그의 다리를 큰 못으로 찌르고는 산에 가서 죽여 버리도록 명했다. 하지만 이 일을 맡은 라이오스의 부하는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하고, 산에다 버리고 돌아왔다. 마침 양치기들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데려다 길렀다. 몇 년이 지난 뒤 라이오스는 예언된 운명이 자기한테 다가오는 듯 한 몇 가지 징조를 느끼게 되었다. 또한 그의 왕국이 어떤 죄로 인해, 헤라가 보낸 스핑크스라는 괴물에게 어지럽혀지는 재난을 당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그는 신탁을 묻기 위해 마차를 타고 델포이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 일행이 파르나소스 산 근처의 십자로를 지나다가 한 젊은이와 시비가 벌어졌다. 그러자 상대는 라이오스의 부하 한 사람만 남기고 일행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살아남은 부하는 라이오스를 두고 도망치고 말았다. 그렇게 하여 라이오스는 예언대로 친 아들인줄은 몰랐지만 자신의 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어미인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애비인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겪어야만 하는 그런 운명은 신들의 시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으니, 신을 무시해서도 안 될 일이며, 술에 취했다는 변명으로 나의 운명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모든 실수는 모두 나의 몫으로 다가오는 것이니, 조신해야 할 일이다. 원치 않는 임신은 누구에게나 득이 되지 않으니 삼가 조신하여 자신을 잘 지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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