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2001년 일명 ‘다이어트 파문’ 당시 거짓말과 눈물 사죄, 그리고 혼절의 유쾌하지 않은 시추에이션을 보여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기억의 저편에 묻어둔 채 모처럼 여성MC의 통렬한 입담을 활발하게 맛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 그 방송이 MBC의 정규프로그램 MC를 맡기 위한 전략적인 수순이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영자라면 연예인의 사적인 급소를 들추는 데만 공격적인 개그맨의 자유로운 입심이 폭넓게 확장돼 후련한 웃음을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멋대로 발동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각 언론에 뭇매를 맞은 MBC ‘경제야 놀자’의 ‘가짜 다이아몬드반지 사건’은 이영자한테도, ‘이영자의 ‘어게인’ 전성시대’를 추동하는 MBC한테도, 다시 사납게 눈을 떠 째려 보고 싶게 만들었다.
‘최종보고서’격으로 지난 15일 공식홈페이지에 오른 프로그램 제작진의 ‘지적인’ 입장 표명에 따르면 이영자는 오랜만의 방송복귀에 대한 초조감과 압박감으로 ‘오버’했다가 본의 아니게 친구 이소라를 욕먹게 했을 뿐이었으며, 이영자와 이소라의 진짜 사정을 사전에 전혀 몰랐던 제작진은 철저한 감정으로 ‘다이아몬드 반지 아님’을 밝혀냈을 따름이지, ‘거짓 방송’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소동에서 이영자와 MBC를 향한 공격의 초점은 ‘진실게임’식 거짓말의 전말에 모아졌다. 그러나 정작 실망스러운 것은 하필 과거에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은 친구와 있었던 사적인 우정담을, 그것도 각색해 광장에 까발린 이영자의 이상한 열정과 ‘우정의 반지’라고 자막까지 명시한 뒤 그 우정을 경제적인 가치로 따져보려 한 제작진의 이상한 지적 호기심에서 비롯한 게 더 컸다.
이영자와 제작진은 재미있고, 진실된 방송을 각기 추구했는지 몰라도 공유할 필요 없는 연예인의 사적인 일화를 접하고 이영자와 이소라의 사과와 용서 과정까지 지켜봐야 하는 유쾌하지 않은 시추에이션을 다시한번 전개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영자의 화끈함이 결국 새롭지 않은 소재에 맴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오라이’를 외치는 ‘영자 언니’의 콧소리가 그리웠던 마음은 냉큼 가셨다. 그리고 이영자가 꼬집은 MBC의 그 지적인 색깔에도 질렸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연예문화부 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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