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헌법보다 상위 개념인 조선노동당 규약이나 강령에는 종교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규제하는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과 어긋나는 자본주의사상, 봉건유교사상, 수정주의, 교조주의, 사대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당적, 반혁명적 사상조류를 반대하여 날카롭게 투쟁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에선 종교가 금지돼 있다는 것인데, 미국의 국무부와 종교단체가 해마다 발표하는 국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연례보고서에서도 북한은 종교탄압 국가로 지목된다. 종교를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국가, 종교의 자유가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상태에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 종교 관련 사이트가 신도 수를 기준으로 삼아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자 1900만명의 세계 10대 종교로 소개했다. 주체사상을 신성한 종교 반열에 올린 것도 모라자 “수많은 추종자가 있고 그들의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다른 종교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주요 종교로 분류했다”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북한의 모든 주민이 예외 없이 주체사상이란 종교를 신봉하고, 국가 또한 주체사상을 받들도록 교육하고 있으니 이번 발표만을 본다면 북한의 종교 활동이 세계에서 가장 왕성한 것으로 둔갑한 셈이다.
아직은 주체사상을 강요하면서 종교화하고 있는 북한도 개방의 속도에 따라 종교를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다. 주체사상 맹신을 통한 강압통치가 영원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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