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한국어 열기는 교재 수만 봐도 짐작이 간다. 96년 9월 제1판이 나온 베이징대 출판사의 ‘표준 한국어’를 비롯해 한국어 교재만 수십 종에 이른다. 지난 1월엔 세계도서출판공사가 ‘한국어 교육과정’을 내놓으면서 한국어 교재 시장 쟁탈전에 나섰다.
베이징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望京)이나 우다오커우(五道口)에는 한국어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한국어 배우기 열기도 뜨겁다. 유명 사이트인 바이두닷컴, 큐큐닷컴 등에서 한국어 정보 교환 클럽이 만들어졌고, 많은 중국인들이 여기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온라인 친구 사귀기를 통해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 자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엔 처음에는 호기심과 신선한 느낌 때문에 서로 적극적인 면을 보이지만, 언어교육의 초보자들이어서 표현에 한계가 있고 전문성이 떨어진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학원에서 배울 때도 문제는 적지 않다. 엉터리 한국어 강좌와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일부 강사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될 정도다.
중국에서는 한국어 학원의 강사 대다수가 조선족이다. 그들의 한국어는 표준어와 달라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한족들이 처음에 조선족에게 한국어를 배우다가 중도에 “왜 조선족과 한국인이 사용하는 한국어가 다르냐”며 강사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 강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어 발음 및 문법 등을 중국인에게 알아듣게 설명하고 체계적으로 가르칠 강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사가 한국인이든 조선족이든 수업 중에 질문해도 정확히 대답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한국어를 배우는 한족들의 공통적인 호소다. 이런 이유로 한족들이 중간에 한국어 배우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발음이 엉터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들이 돈 버는 것에 급급해 강사의 자질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을 모집해 강의를 진행하다가 중간에 문제가 생겨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한국인 강사가 학생들을 기존 교육기관으로부터 집단으로 이탈시킨 뒤 사설학원에서 이들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은 사리사욕만 챙긴다는 인상을 중국인들에게 남기는 사례다.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배우려는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줄 수 있는 경로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한국의 교육기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거시적인 안목에서 한국어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체계적이고 바르게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07년 ‘한·중 교류의 해’를 맞아 우리 정부가 중국 내 한국어 교육을 적극 지원해 중국의 공자학원과 같은 한국어 교육기관을 이른 시일 내에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부식 중국 베이징 거주·애니차이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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