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는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 문화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은 아시아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계 디자이너들과 패션모델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아시아 음식과 철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일종의 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아시아 문화의 바람을 타고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문화는 세계시장에서 문화상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덕도 톡톡히 보는 듯하다. 웬만한 동양계 미국인 친구들은 한국의 연예인이나 영화와 드라마를 꿰차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잘나가는 한류 파워는 뉴욕에서 봤을 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거대한 인구와 문화 잠재력으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관심을 끄는 중국 문화와 달리 한국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부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괴물’이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흥행에서는 ‘황후화’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후화’가 ‘괴물’보다 대중을 더 사로잡은 이유는 중국 문화라는 거대한 브랜드 파워의 힘도 컸지만, 무엇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서양인의 기호에 맞춘 중국 영화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잘 마케팅해 최근 서양에서 불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 줬다고나 할까. 그에 반해 ‘괴물’은 잘 만들어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미국 대중을 파고들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듯하다.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문화 콘텐츠가 몰려드는 뉴욕에는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미술, 음악, 영화, 패션이 넘쳐난다. 문화상품의 질적 향상만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에는 부족하다. 서양의 문화 소비자들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동경을 충족하고 싶어한다. 아무리 서양인들이 자기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들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된 동양문화만의 특장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문화가 중국·일본 문화와 경쟁해 시장성을 갖추려면 무엇보다 문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이 중요하다. 일본은 일찍부터 서양인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깨닫고 영화, 디자인, 만화 등 여러 분야에서 상업적 실리를 챙겨왔다. 중국은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동양문화를 대표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문화가 일본·중국의 문화와 경쟁해 세계시장에서 자리 매김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강태연 뉴욕 비주얼아트학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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