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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에 가면 ‘점순이’도 만날 수 있다

입력 : 2007-04-30 16:57:00 수정 : 2007-04-30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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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김유정 문학제, 3일간의 장정 마치고 29일 폐막 “이번 문제의 정답은 ‘고자’입니다.”
“아니, 처녀가 그런 말을 써도 돼요?”
29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의 김유정문학촌. 27일 시작된 ‘김유정 문학제’ 마지막 날을 맞아 소설 ‘봄봄’과 ‘동백꽃’의 여주인공 점순이를 뽑는 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 중이다. ‘미혼 여성’만 점순이가 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총 9명의 처녀가 점순이에 도전했다.
심사위원들이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과 ‘동백꽃’ 속 주요 장면에 대해 물을 때마다 소설을 달달 외운 듯 답이 척척 나온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남자 주인공을 놀리며 ‘너희 아버지는 ○○’라고 했는데 이게 뭘까요?” 다소 낯뜨거운 단어지만 점순이로 선발되려는 마음에 비하면 부끄러움쯤 아무 것도 아니다. 처녀들 입에서 어렵게 나온 ‘고자’라는 정답에 심사위원과 관객들도 미소 짓는다. 소설 속 점순이의 맛깔나는 대사를 직접 읊어 보이는 ‘연기력 테스트’ 대목에선 다들 배꼽을 쥐었다.
이날 치열한 경합과 진지한 심사 끝에 춘천교대 국어교육과 정진아( 위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씨와 강원대 국문과의 윤지영( 위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씨가 각각 ‘봄봄’ 점순이, ‘동백꽃’ 점순이로 뽑혔다. 점순이가 되기엔 아직 한참 어리지만 당당히 언니들과 겨룬 춘천 석사초등학교 정소하양은 인기상을 받았다. 점순이로 뽑힌 이 아가씨들은 “앙칼지고 야무진 점순이처럼 올 한해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란 소감을 밝혔다.
◇ 소설 ‘봄봄’ 속 점순이의 모델이 된 실존 여성의 딸로 알려진 최금자(위 사진 가운데)씨가 방송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설 속 점순이 캐릭터의 모델로 알려진 여성의 딸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봄봄’에서 “점순이가 좀 더 크면 혼인을 허락하겠다”며 남자 주인공을 머슴처럼 막 부리던 ‘봉필 영감’(실명은 아니지만 실존 인물)의 외손녀 최금자(67· 위 사진 가운데)씨가 주인공. 최씨는 “어머니와 우리 집안을 너무 얄밉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김유정의) 소설 내용이 좀 불만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고운 처녀들이 서로 점순이가 되겠다고 겨루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김유정 문학제는 1908년 춘천 신동면 실레마을에서 태어나 30년대에 ‘봄봄’, ‘동백꽃’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37년 29살의 나이로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는 행사다. 경춘선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있는 김유정역은 사람 이름을 딴 국내 유일의 기차역으로 통한다. 김유정 생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김유정문학촌과 ‘봄봄’·‘동백꽃’ 등의 무대, 김유정이 마을 주민들을 모아 가르쳤던 금병의숙 터 등이 주변에 있다.
김유정은 같은 시대에 활약한 어느 작가보다도 일제 치하의 농촌 현실에 정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특유의 해학과 탁월한 언어 감각은 오랫동안 문학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춘천시와 문학촌 측은 내년(2008년)이 김유정 탄생 100주년임을 감안, 대대적인 기념 행사와 함께 재조명 작업도 준비 중이다.
◇김유정역. 우리나라 철도역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 이름을 딴 역으로 알려져 있다.
◇김유정역의 안내 표지판.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기 위해 2004년 신남역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김유정문학촌 안에 있는 김유정의 생가.
◇김유정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 가르치고 농촌 운동을 조직했던 금병의숙 터 옆에 있는 기념비.
◇김유정문학촌 안에 세워진 김유정의 동상(왼쪽)과 김유정이 직접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금병의숙 터 옆 느티나무(오른쪽).
춘천=글·사진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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