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명사들의 취미15]김안제 건국대 석좌교수, 나는 기록한다 고로 나는 기억한다

관련이슈 명사들의 취미

입력 : 2007-12-13 20:14:38 수정 : 2007-12-13 20:14:38

인쇄 메일 url 공유 - +

당신은 평생 몇잔의 술을 마실까
난 6권인생백서에 다 적어놨다오
70평생 이게 즐거우니 참 별나지…
취미는 생업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활에 윤기를 더한다. 취미는 인생을 향기롭게 하는 감초와 같다. 김안제(71) 건국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한국지역발전연구원 상임고문)의 취미는 ‘기록’이다. 13세에 시작한 그의 기록 인생은 고희가 되어 그 절정을 이룬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민간 기네스 등록단체인 한국기록원(원장 김덕은)으로부터 ‘인생기록부문’ 한국최고 기록자로 인증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기록문화가 빈약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기록하는 풍토와 습관을 조성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먼 훗날 격동기 한국 70년을 연구하는 민간사료로 유익하게 이용된다면 더 없는 다행으로 생각하겠다”며 “성실한 삶, 계획된 생활, 정직한 인생, 용감한 의지 등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기록정신이 우리 사회에 널리 보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록원 김덕은 원장이 김안제 교수에게 인생기록부문 한국부문최고 인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출생에서 고희까지 ‘인생백서’ 출간
김 교수는 출생에서 고희까지 자신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기록한 기록광이요 수집광이다. 그는 살아오는 동안 매일 매일의 주요 사항을 일지형식으로 기록했다. 초등학교 통신표부터 각종 상장, 행사 참석 명찰들, 그리고 저금통장까지 모든 걸 보관하고 있다.
그는 그의 인생 흔적은 ‘김안제 인생백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교수가 지난해 고희를 맞아 출판한 이 책은 자기만치 국배판(A4크기) 2700쪽에 달한다. 200자 원고지 1만9800장 분량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수기 원고로 썼다. 책에는 김 교수의 출생부터 성장, 교육, 거주, 취업, 승진, 위촉, 발표, 여행, 운동, 기호, 학문적 업적까지 등 개인사의 모든 것과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기록이 760개 항목에 걸쳐 정리돼 있다.
‘1966년 흡연 시작, 선풍기 구입. 1982년 47세 에어컨 구입, 1969년 TV 구입, 1978년 43세 냉장고 설치, 1970년 35세 볼링 시작, 1939년 자택 구입, 1983년 골프 시작·건설부 국토이용계획 심사위원·대한상의 연구위원, 1995년 자택에 팩스 설치’ 등 개인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마시고 피운 술담배 갯수부터 부른 노래 곡목, 여행한 나라의 간략한 안내는 물론 70인생 총수입과 총지출도 기록돼 있다. 2006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그는 생애동안 총 126억9110만4000원을 벌었고 119억686만8000원을 지출했다. 학자로서 김 교수는 1만8327명의 제자를 배출했고 저서 25권, 논문 780편, 연구보고서 121권을 내놓았다.
#13세 때부터 일지형식 기록 시작
김읹 교수의 활동과 업적을 항목별로 수록하고 있는 ''생애일지''(6권).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남들보다 3년 늦게 입학했다. 뒤늦은 입학을 보상이라도 하듯 그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책을 잡히는대로 읽다 보니까 친구집이나 서점에 가면 봤는지 안봤는지 모호한 거예요. 그래서 그동안 읽은 책 리스트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제 기록인생의 시작인 셈입니다.”
그의 기록 방식은 일기가 아닌 일지 형식이다. 그는 “일기는 자기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인데 그런 감정표현을 안하고 일지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매일 일어난 일을 개별 종이에 휘갈겨 적고 한달에 한번 개별 메모를 일지 형식으로 예쁘게 정리했다. 그리고 1년에 한번 이를 종합정리해 ‘생애일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기록된 6권의 ‘생애일지’는 그가 펴낸 ‘인생백서’의 뼈대를 이룬다.
기록은 그의 반면교사였다.
“기록을 하다 보니까 성실한 삶, 정직한 삶을 살려고 노력해집디다. 또 내일에 대한 계획과 설계를 할 수 있어 시간을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요.”
김 교수는 그동안 모아둔 모든 기록물을 전주 한솔제지 종이박물관에 기증, 상설전시를 통해 기록·보관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기록은 짧고 기록은 길다. 기억하는 자는 두뇌가 총명하되 실수를 자주 범하고 기록하는 자는 총명치는 못하지만 확실하고 신뢰받는 삶을 영위한다. 기록은 재주로 유한하고 기록은 믿음으로 무한하다.’ 김안제의 기록 어록이다.
#그의 또 다른 취미, 골프
티샷을 하고 있는 김안제 교수. 그는 23년 동안 2000여회에 걸쳐 골프장을 찾았다.

기록이 내적인 그의 취미라면 골프는 그의 외적인 취미다. 그는 취미를 갖더라도 정신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이 고루 갖춰진 취미생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국립대 교수로서 탄탄대로를 달린 그는 40대 후반인 1983년에 골프를 시작했다. 그는 교수지만 각종 위원회 활동 등 대외활동이 많았다. 당연히 골프를 치는 횟수도 많았다. 한때는 골프에 깊이 빠져 다른 일들은 관심 밖이었고 눈에는 공과 홀만 보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23년 동안 필드에 나간 횟수는 1031회. 한달에 평균 40번은 골프채를 잡은 셈이다. 골프 실력은 싱글 수준. 그는 기록광답게 골프 역시 장소, 일시, 스폰서·동행자 이름, 운동량, 득점까지 꼼꼼히 기록해 그의 ‘인생백서’에 담았다.
김 교수는 “취미나 기호는 모두 다소간의 중독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오래도록 즐기게 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남이 골프를 치자고 하면 그저 무덤덤한 마음으로 공을 때린다”고 말했다. 골프를 ‘졸업’한 셈이다.
김 교수는 “골프 비용은 거의 남이 부담해 주어서 큰 돈은 들지 않았으나 시간은 많이 소비했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는 도움이 됐지만 활동의 생산성은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며 “취미에 너무 몰두하면 본업이 흔들리고 취미가 전연 없으면 삶의 정서가 메마르게 된다. 취미 역시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다시 한번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나는 이제 열살입니다.”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김안제 명예교수 프로필
▲1936년 경북 문경 출생
▲1957년 서울대 인문대학 입학
▲1976년 미국 신시내티대 지역경제학 박사
▲1985년 -서울대 정교수
▲1986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대한국토계획학회 회장
▲1993년 민주평통 자문위원
▲1996년 회갑기념 기념집 발간
▲1999년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위원장
▲2002년 대학교수 정년
▲2004년 신행정건설추진위원회 회장
▲2005년 건국대 석좌교수
▲2006년 고희기념집 발간

<스포츠월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빛나는 여신'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