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AP통신에 따르면 사냥으로 먹고사는 이누이트족은 세계 어느 지역의 주민보다 먼저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등 사냥감이 더 추운 북쪽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이누이트족 사냥꾼이 지구온난화로 얇아진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익사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43년간 이누이트족을 연구해온 윌 스테거는 “이곳은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눈앞에 펼쳐지는 현장”이라며 “15만 5000여명의 이누이트족이 5000년 넘게 의지해 살아오던 생태계의 균형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거는 “북극 지방에서 한겨울인 3월 초에 전형적인 봄 기온인 영하 11도를 기록했다”며 “따뜻해진 날씨 덕에 돌고래, 울새가 이 지역에 나타나는데 이런 동물은 이누이트족의 언어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들”이라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북극권에서 약 320㎞ 남쪽에 있는 캐나다 이콸루이트 지역의 마을에서는 사냥에 나섰던 사람들이 얇아진 얼음에 희생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사냥 기간에 지내는 이글루도 만들 수 없는 실정이다.
스테거는 “한 마을에 300∼400명이 사는데 노련한 사냥꾼이 죽는 것은 마을 전체에 매우 큰 손실”이라며 “경험 많은 사냥꾼들은 자신의 사냥 지식이 쓸모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사냥에 나설 수도 없다”고 말했다.
통신은 “얇은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 위에서 사냥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며 “동물들도 얇아진 얼음을 피해 기존 서식지를 버리고 북쪽으로 이동해버렸다”고 전했다. 이누이트족에게 남겨진 것은 흘러다니는 빙하에 갇힌 채 죽은 바다코끼리나 바다표범 시체뿐이다.
이누이트족 사냥꾼인 미카 마이크는 “얼음이 예전보다 훨씬 늦게 얼기 시작해 두꺼워지지 않는다”며 “파도가 치면 얼음이 출렁거리는 게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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