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이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절묘한 배합으로 시청자들의 애를 태우는 미녀의 광고가 연거푸 등장해 시선을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고 있다.
김아중의 에쓰오일 CF, 전지현의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아래 17차) CF, 고아라의 아일락 CF 등이 그것이다.
이들 광고의 세 미녀는 이미 여러 CF에서 미모와 매력을 자랑해온 얼굴들이다. 신진급에 속하는 고아라를 제외하면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대박 이후 CF모델로 거침없이 출연작을 추가하고 있는 김아중이나 긴 설명이 필요없는 CF스타 전지현은 이제껏 각자의 장기를 충분히 시청자와 공유해 왔기 때문에 미지의 무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게 자아내는 모델들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세 CF는 이들의 낯익은 특기사항을 노출할 듯 말 듯한 ‘애 태우기’ 전법아래 변주해 까끌까끌한 질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에쓰오일’을 이를 앙 문 듯한 발음으로 반복하는 CM송으로 인기를 누린 정유브랜드 에쓰오일 CF는 김아중을 차승원의 새 짝꿍으로 영입하면서 제작발표회 형식의 예고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 속 제작발표회는 물론 에쓰오일의 새 캠페인을 알리는 행사. 모양새만으로는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발표회를 그대로 재현했다. ‘연예가 중계’의 리포터 김생민이 질문자로 등장해 리얼리티를 한껏 높인다.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김아중이 ‘에쓰오일’송을 부르려는 찰나 차승원이 마이크를 낚아채 가로막는 장면이다. ‘마리아∼’를 외치는 ‘미녀’ 김아중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의 라이브 열창(?)을 듣고 싶을 터다. 그러나 광고는 이를 냉정하게 차단한 뒤 차승원과 김아중의 웨이브 댄스 한자락으로 ‘감질 나게 보여주기’의 극치를 달리며 ‘몸으로 보여준다’는 새 캠페인의 윤곽을 암시한다.
마지막 차승원과 포즈 취하기 대목에서 차승원의 무릎에 순발력있게 팔을 턱하니 얹는 김아중의 능청맞은 연기는 치고 빠지는 이 광고의 아기자기한 ‘임팩트’를 강화하고 있다.
절묘한 ‘맛뵈기’로 노래와 댄스 같은 김아중의 익숙한 장기를 향한 궁금증을 영리하게 배가하고 있는 CF다.
전지현의 섹시한 매력을 지겹지 않은 강력함으로 재인식하게 만든 17차 광고는 이번엔 전지현을 순결한 숲속으로 이끌어 그네를 타는 청순한 요정으로 만들었다.
하늘하늘한 드레스 차림의 전지현이 그네에 올라타 허공을 유영하는 모습으로 ‘전지현 같은 몸에 욕심 나면 17차로 오라’고 유혹한다. 전지현의 다리, 목선 등을 조마조마하게 비추는 이 CF는 청순함과 섹시함이 종이 한장 차이임을 새삼 일깨운다.
음료브랜드 아일락 광고의 메인 카피는 아예 ‘보일락 말락 아일락’이다.
마릴린 먼로의 21세기 소녀버전 같은 고아라는 CF에서 치마가 바람에 휘날려 속이 보이는 순간에는 대형 아일락의 병 뒤에 숨어가며 깡총깡총 발랄한 행진을 보여준다.
질척한 관음의 시선을 앙증맞은 CM송으로 경쾌하게 치환해 사랑스러운 유치함을 뽐냈다는 게 이 CF의 특징이다.
17차 CF와 아일락 CF의 애 태우기 전략은 다분히 여성모델의 몸을 대상화하는 노골적인 노림수가 깃들어있지만 드러내기의 뻔뻔함과 감추기의 내숭을 적절하게 구사해 거부감을 잘 제어하고 있다.
스포츠월드 조재원 기자 otak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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