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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위안부 생체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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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4-12 16:30:00 수정 : 2007-04-12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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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마루타’란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된 중국 영화 ‘흑태양 731’은 일제 731부대에 의해 자행된 인간 생체실험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일본군은 소년병을 모집해 전쟁 포로들을 대상으로 냉동실험을 비롯한 온갖 잔혹한 실험을 한다. 소년병들은 내심 곤혹스럽지만 비인간적인 부대장의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세균폭탄이 완성되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퇴각명령이 내려진다. 비밀 유지를 위해 실험 대상자들이 살해되고 마지막 생존자인 중국인 소년이 부대장에게 칼을 휘두르지만 그도 결국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세균병기의 위력을 확신한 일본군은 만주에 주둔하던 731부대에 세균전을 준비하도록 했다. 731부대는 1936년부터 종전 직전까지 9년 동안 한국인, 중국인, 만주인, 몽골인, 러시아인 전쟁포로 등 3000여명을 대상으로 천인공노할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실험대상자들은 인간이 아니라 실험용 인간 통나무라는 뜻으로 흔히 마루타라고 불렸다. 이들은 산 채로 세균을 투입하는 세균실험이나 혹독한 겨울에 발가벗겨진 채 실외에 방치되는 동상실험의 대상이 됐다. 진공실험이나 가스실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대부분 생체해부 실험을 받고 소각돼 연기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일제는 이렇게 개발한 세균무기를 실전에 투입했다. 우물에 콜레라균을 타거나 음식물에 세균을 섞었다. 종전이 임박해서는 세균폭탄을 마구 사용하기도 했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생체실험과 세균전 희생자는 확인된 것만 58만명이고 전체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제는 패전 직전 731부대의 핵심 자료를 빼돌리고 나머지 건물과 시설을 파괴했지만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만행을 폭로하는 자료와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731부대 위생병을 지낸 오가와 후쿠마쓰씨가 최근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부대가 자식 앞에서 군대 위안부를 해부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부정한 것을 확실히 사회에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증언 배경을 밝혔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부끄러운 과거사를 숨기는 데 급급해하는 일본 우익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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