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통신사 수습기자 김모(28)씨가 입사 3일만에 선배 기자한테서 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을 계기로 언론사의 수습기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해당 통신사 사건팀의 것이라면서 공개된 수습 교안 내용 중에는 언론사 기자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꽤 들어 있다. 그동안 언론계 내에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 도제(徒弟)식 교육의 현실을 일부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습기자(修習記者)는 언론사 공채시험을 거쳐 입사한 뒤 3개월에서 6개월간 취재기법과 기사작성 요령 등 언론 실무를 배워 익히는 과정에 있는, 정식 발령 이전의 기자를 일컫는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수습기자 대신 보고 듣고 익히면서 배운다는 뜻의 ‘견습’(見習 )기자’로 부르기도 한다.
수습기자 교육은 크게 언론사 사내 교육과 한국언론재단 위탁교육, 편집국 자체 교육으로 이뤄진다. 언론사 사내 교육에서는 편집인과 편집국장, 광고국장, 판매국장을 비롯해 편집국의 주요 부서 부장·팀장의 강의와 외부 인사 강의 등을 통해 언론사와 각 부서의 특성, 신문 제작에서 배달까지의 과정 등을 개략적으로 설명듣게 된다. 한국언론재단 교육은 국내 유일의 전문적인 수습기자 기본 교육과정으로, 취재실무와 언론윤리, 언론 법제, 컴퓨터, 일반 교양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언론사 사내 교육과 언론재단 교육을 통해 수습기자는 언론의 역할과 특성, 취재윤리, 기사작성 사례 등 기본적인 사항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부서에 배치돼 취재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지면에 자기 이름으로 기사를 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교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 활동했거나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기사 작성에 반드시 필요한 사실관계(팩트·fact)를 취재하는 기술이 떨어진다. 기사 아이템을 설명해 주고 팩트 취재를 지시하면 엉뚱한 팩트만 챙겨오는 경우가 많다. 또 수습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수필 또는 일기체 형식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칼럼이나 해설기사가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면서 자기 시각이나 주장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도 흔하다. 신문사나 방송사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기사체와 표기·표현법을 익히는 데에도 적잖은 시일이 걸린다. 온라인용 기사 작성은 개인의 문체가 어느 정도 허용되나 오프라인용 기사는 아직도 엄격한 틀과 문체를 갖춰야 한다.
특히 주요 팩트를 위주로 전달만 하면 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달리 기획기사는 수습기자가 쉽게 써낼 수 없는 기사 유형이다. 어떤 의제를 설정할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할지, 어떤 부분에 취재 중점을 둘지, 기사와 그래픽, 표 등 지면 구성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습기자를 어떻게 교육해서 이른 시일 내에 정식 기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느냐는 문제는 수십년 동안 언론계의 숙제다.
그 수많은 기자가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한 교육방법이 도제식 교육이다. 도제식 교육이 갖는 부정적 어감을 생각하면 사실 ‘멘토’(Mentor)식 교육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수습기자 한 두 명을 선배 기자, 즉 1진 기자가 맡아서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1진 기자는 멘토가, 수습기자는 멘티‘Mentee’가 되는 것이다.
편집국 자체의 수습기자 교육은 주로 사회부 사건팀에서 이뤄진다. 편집국 중에서도 숱한 사건, 사고 기사는 물론 행정기사, 발표기사, 스케치,인터뷰, 박스기사 등 다양한 기사의 유형을 접할 수 있어서이다.
사건팀 선배 기자들은 멘토로서 그동안 모아 온 각 분야 취재원 연락처는 물론이고 취재시 팁, 심지어 취재원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지에서부터 어느 길목을 지키면 기사를 쉽게 챙길 수 있는지 하는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전수해 준다. 수습기자가 써온 기사 원고를 꼼꼼히 읽으면서 ‘빨간펜’으로 한 자 한 자를 교정·교열해 주는 것도 1진 기자의 몫이다.
따라서 1진 기자로서는 자기 시간을 상당 부분 할애해야 하고 퇴근 시간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특별히 교육수당이 정식으로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 스스로가 수습기자 시절 선배들로부터 받은 후배에 대한 애정과 관심, 기자로서 열정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다. 수습기자가 있는 동안에 1진 기자들은 밤 11시 무렵 퇴근하는 게 일상적이다.
물론 언론계 내부적으로도 과거 도제식 교육 문화에 대한 반성이 있어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 공개된 ‘000 수습 교안’처럼 이른바 "쌍팔년도"식 군대를 연상시키는 정도의 교육 내용은 아니더라도 수습기자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못먹는 술을 강권받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도 이런 부분을 개선해 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고 상당한 변화를 이루고 있다.
이번 수습기자 폭행 사건이 언론계 전체를 매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모든 기자들이 이번 사건을 수습기자 교육에 대한 진지하게 한번 더 고민하고 더 나은 교육방법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길 바랄 뿐이다.
박희준 기자 www.himy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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