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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피해 과장보고 그만하라" 워크숍서 격노

입력 : 2007-04-07 17:20:00 수정 : 2007-04-07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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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다음날인 지난 3일 정부 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해양수산, 농림부 장관 등 일부 장관의 보고 내용을 문제 삼아 질책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발단은 김성진 해수장관이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명태잡이 등 어업 분야의 예상 피해 현황을 보고한 대목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해수장관을 지냈던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의 보고 도중 “명태잡이 어선이 몇 척이냐” “종사자는 몇 명이냐” “피해가 얼마나 될 것으로 보느냐”는 등 잇달아 질문을 던졌다.
김 장관이 일부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 대통령은 “명태시장은 얼마이고 선원은 몇 명인데, 앞으로 15년 동안 이들이 얼마만큼 줄어들도록 할 것이고, 이건 이렇게 보상하겠으며, 정부는 어느 정도 예산을 들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간략하게 설명하면 길게 할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대국민 홍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앞으로는 잘 준비하라는 취지의 지적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농림부 보고 때부터 보고 내용에 마뜩찮은 표정이었다”며 “그러던 차에 해수부 보고에서도 한미 FTA에 따른 관련 산업 피해를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채 과장하는 듯한 보고를 하자 이를 문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실제 손해가 있는가, 있다면 FTA와 인과관계가 있는가, 이런 점에 대해 각 부처 장관들이 고심해야 한다”며 “잘못하면 국민 세금을 대충 갈라줘 버리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일부 부처 장관의 보고에 대해 대통령께서 꼼꼼히 묻자, 미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장관들이 진땀을 뺀 상황이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국민 홍보가 중요한 만큼, 각 부처 실무 국·실장이 아닌, 장·차관이 직접 국민 설득에 나서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사실상 토론 형식으로 워크숍이 진행되면서 종합토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워크숍 예정시간이 지나갔고, 노 대통령은 “토론 과정에서 나는 할 말을 다 했으니 필요하면 토론을 더 하시라”고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 이후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이 20분가량 토론한 뒤 워크숍은 끝났다.

조남규 기자 cool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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