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는 누가 뭐래도 빼어난 비주얼이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만큼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의 영상을 제공한다. 정지화면에서 빠른 화면으로의 연결전환과 슬로 모션 편집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마치 3D게임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페르시아 대군에 맞선 스파르타 전사들의 육탄 액션은 관객의 감각 신경을 최고조로 자극한다. 직접 창과 방패를 들고 치열한 전투현장에 뛰어들어 달려오는 적을 찌르고 베고 힘껏 내리치느라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강렬한 색채 대비의 화면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피를 쏟아놓은 듯한 스파르타군의 빨강 망토나 검고 푸르스름한 달빛, 그리고 을씨년스러운 황금색 들녘, 신탁녀의 접신 장면 등 대부분의 화면이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작진은 컬러 밸런스 조작을 통해 원색의 채도를 최대한 높였다. 모든 사물의 고유 빛깔을 강조한 스타일은 스크린 위에 질감을 생생하게 풀어놓았고 파스텔톤의 독특한 컬러 화면을 창조해냈다. 덕분에 스파르타 용장의 목이 잘리고 몸통이 거꾸러지는 장면은 끔찍하기보다는 오히려 숭엄하기까지 하다. 레오니다스 왕의 주검 장면 또한 마치 성당의 벽화처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제작기법이 지닌 매력 덕이다.
아쉬운 것은 영화에서 서구중심의 역사관과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페르시아전은 동서양 문명이 처음 맞붙은 전쟁. 이를 계기로 현재의 주류 역사가 본격적으로 정립됐다. 서양은 이 전쟁으로 동양의 야만과 폭압으로부터 그리스 민주주의와 로마 역사를 꽃피웠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페르시아전 승리는 서양 문명의 자부심과 우월함의 상징이다.
이러한 사고는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페르시아 군대는 기괴한 괴물이나 돌연변이로 묘사된다. 터번을 둘러 이슬람 전사로 보이는 군대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무자비한 살육자로 그려진다. 게다가 거만하고 이국적인 모습의 페르시아 왕은 서양을 위협하는 악의 현현이다. 따라서 영화는 ‘그리스 시민의 자유를 위해서’ 이방인을 무찌르는 스파르타를 슈퍼 영웅으로 칭송한다.
300명의 영웅만들기가 요란해질수록 역사의 진실은 쉽게 왜곡된다. 페르시아는 당시 중동지역을 호령하는 강력한 제국이었지 괴기스러운 야만 부족이 아니었다. 페르시아를 조상으로 둬 마라톤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이란의 비애를 간과한 느낌이다. 아울러 스파르타가 그토록 지키려는 자유와 민주주의도 사실 가혹한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반쪽짜리 제도에 불과했다. 결국 ‘300’에서는 지난 2000년의 서구 중심 역사가 동양을 바라보는 편협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구중심 역사에서 늘 배제됐던 동양 관객들이라면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15일 개봉.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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