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차승원 이병헌 엄정화 김혜수 등 스타급 연기자들이 자신들의 캐런티를 스스로 낮추는 등 ‘한국 영화 구하기’에 나섰다.
지난해만 해도 1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으나 올해는 일부 영화를 제외하고는 투자에서 난항을 겪는 등 제작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스타급 배우들이 스스로 개런티를 낮추고 있는 것.
차승원은 장진 감독의 ‘아들’(필름있수다 제작)에 평소 자기가 받는 개런티보다 훨씬 적은 개런티에도 출연을 선뜻 승낙했다. 개봉 후 흥행이 잘되면 보너스를 받는 조건이 고작이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정윤수 감독 씨네2000 제작)에 출연하는 엄정화, 박용우, 이동건, 한채영 등 네 명의 배우도 최근 30% 삭감된 출연료를 받고 계약서를 다시 썼다.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최근 영화계 현실이 어려워지면서 배우들이 공동으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나오고 있어 무척 반갑다”며 “엄정화 등 주연배우들이 제작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흔쾌히 출연료를 다른 때보다 적게 받았다. 물론 흥행에 성공하면 배우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며 배우들의 이런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이와함께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 톱배우 세 명은 제작비 100억 원이 드는 대작인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바른손 영화사업본부 제작)에 다른 영화때 보다 적은 출연료에도 출연을 결정,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에 참여한 김혜수와 박해일도 마찬가지. 자신들의 개런티에 턱없이 못 미치는 몇 천만원대에 선뜻 조연으로 출연했다. 두 배우 모두 “독특한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왔으며, 정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기 때문에 출연료나 배역은 따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톱스타 연기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영화계는 환영 일색이다. 자본이 대거 유입된 2∼3년전만 해도 영화의 제작 지분까지 요구하며 제작사를 압박했던 것이 바로 스타급 연기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배우들도 영화제작의 한 중심축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같은 분위기가 다른 배우들에게까지 확산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스포츠월드 황용희 기자 hee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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