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이다. 그의 천재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1946년 아동미술 전람회에 들러 “나는 10살 때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아이들같이 그리는 법’을 배우느라 수년이 걸렸다”라는 말로 ‘난 척’을 했는데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말문이 트이기도 전에 그림을 그렸다는 피카소는 아흔 생애 동안 무려 2만여점의 작품을 남기고, 그에 버금가는 스캔들을 뿌렸다. 피카소의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은 그 스캔들 중 세 번째 여인인 올가와 인연이 있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이 그림은 러시아 디아길레프 발레단과 공동작업을 하고 있던 시인 장 콕토의 요청으로 그려졌다. 발레 공연 ‘푸른 기차’의 마지막 장막을 장식할 그림으로 주문됐던 것이다. 당시 발레단 무용수 중에 올가가 있었다. 첫눈에 반한 피카소가 그녀에게 잘 보일 기회를 놓칠 리 없었던 것. 그림이 훌륭한 탓이었는지, 실제로 피카소는 올가와 결혼하는 데 성공한다.
피카소의 세 번째 스캔들과 더불어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은 명작으로 남았다. 그림의 동기가 된 당시 발레 공연 ‘푸른 기차’란 파리∼지중해 열차 노선을 뜻하는데, 과연 기적소리와 더불어 지중해의 황금빛 태양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백사장이 떠오른다.
발레리나처럼 경쾌한, 춤 추듯 달리는 두 여인의 율동에서 자유를 향해 박차 오르는 환희의 인간 심리가 느껴진다. 특히 대단한 굵기의 종아리로 ‘푸른 기차’의 추진력을 표현한 센스에 감탄이 절로 난다. 만약 가느다란 종아리의 여인이었다면, 자유를 향한 굳은 의지가 이토록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두 여인은 이런 몸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인체에 속박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완벽한 자유 속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림 속 종아리를 보고 있자니 월 스트리트 저널의 한국 비평이 떠오른다. 그들은 한국을 ‘아름다움을 위해 다리 근육마저 희생시키는 나라’라고 꼬집은 바 있다. 종아리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을 신경 탐지 침으로 찾아내 응고시킴으로써 종아리 둘레를 가늘게 만드는 치료를 두고 일컬은 말이다. 이 치료술은 MP3, 노래방, 붉은악마 등과 더불어 한국에서 탄생해 세계로 뻗어나간 아이템 중 하나. 그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서양에서도 차츰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종아리를 가늘게 만들면서까지 세간의 기준에 몸을 맞춰갈 필요가 있을까? 종아리 굵기의 콤플렉스를 해소해 인체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쪽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카소의 말처럼 자기 생각대로 그림을 그려야 최상의 작품이 나오는 법이다. 남의 시선에 맞춰 자기 형체를 바꾸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자기 형체를 그려가는 것이 나를, 그리고 세상을 더 자유롭게 하지 않을까.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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