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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꼭 표준어를 써야 하는 이유(?)

입력 : 2007-03-02 15:16:00 수정 : 2007-03-02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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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VS. “오목가슴이 우리하다”
병원에 갔을 때 증상을 표준어로 정확히 설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의사의 치료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법정소송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의료소송 전문가로 알려진 김상영(41·사법시험 41회)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웹진 ‘시민과 변호사’ 3월호에 두 건의 의료사고 분쟁 사례를 소개했다. 얼핏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1. 먼저 대구에서 있었던 일이다. 30대 초반 남자가 병원을 찾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처음엔 위염으로 진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증이 계속되자 추가로 혈액검사를 실시한 뒤 이번엔 비결석 담낭염이란 판정을 내렸다. 이 남자는 내시경 검사 도중 갑자기 사망했는데 부검 결과 ‘대동맥박리증’으로 밝혀졌다.

#2. 다음은 전북에서 벌어진 일. 50대 후반 남자가 병원을 찾아 “오목가슴(명치)이 우리하다”며 호흡곤란·하지무감각 증세를 호소했다. 병원 측은 감염성 결장염으로 진단한 뒤 입원토록 조치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얼마 안돼 “가슴이 답답하다”며 병실을 나서다가 쓰러져 곧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대동맥박리증’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우리하다’는 “몹시 아리거나 또는 욱신욱신하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이다. 경상도 사람들 사이에선 통증을 표현하는 말로 흔히 쓰이며, 심지어 애인과 헤어진 뒤 가슴이 아플 때에도 “마음이 우리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대동맥박리증은 고혈압, 고령 등으로 탄력을 잃은 혈관이 혈압을 이기지 못해 찢어져 사망하게 되는 초응급질환. 극심한 통증으로 흔히 “찢어진다”, “죽을 것만 같다”고 호소하게 된다. 임상 증상으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 하반신 마비 등이 있으며 즉각 흉부 엑스레이, 심초음파 검사, 대동맥 조영술, CT, MRI 등으로 확진하는 게 기본이다.
따라서 두 사망자 가족들이 “오진 때문에 환자가 사망했다”며 각각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서로 달랐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대구 건의 경우 사망자 가족이 만족할 만한 선에서 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전북 건은 그렇지 못했다. 재판부가 화해 권고를 했으나 금액이 적어 유족이 거부하는 바람에 판결 선고까지 간 것. “오목가슴이 우리하다”는 호소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결과는 원고 패소. 사망자 가족이 항소를 포기해 사건은 종결되고 말았다.
김 변호사는 “만약 “오목가슴이 우리하다”가 아니라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자신의 증상을 표현했다면 당연히 승소하였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의사한테 제대로 치료받으려면 적어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제대로 표현해야 된다고 하니 부모님에게 국어 공부 좀 시켜 드려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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