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가슴이 커지는데 엄마가 관심이 없어요”
성교육을 하면서 쪽지에 궁금한 질문이나 고민을 적어내게 했더니 한 초등학생 4학년이 적어낸 글이다.
시대가 좋아져서 예전과는 다르게 아이들의 사춘기는 빨라지고 있고, 많은 초등학생들이 사춘기를 맞이하여 여러 가지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고민하고 있는 반면 부모님들은“우리 아이는 아직 어린데...”라는 생각에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직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하던 딸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초경이 찾아왔다면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엄마, 밑에서 피가 나와” 하는 딸 아이의 말에 아이 못지않게 당황하며, 초경일 것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왠일인가 싶어’ 산부인과를 찾았다는 어느 어머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이가 초경을 시작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부터 부모님들은 ‘어린 아이’의 부모에서 ‘예비 숙녀’의 부모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에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 아이에게 걱정스레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사춘기의 징후로서 몽정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남학생들의 경우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아래가 축축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 때는 그게 몽정인지 뭔지 몰랐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게 몽정이라고 하더라구요”
딸을 둔 부모처럼 비상사태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냥 이쁘게만 보이던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인가 말수가 적어지고, 낯설어지면서 아들과의 스킨십이 섬뜩하게 느껴졌을 때, 이제 아들이 예전의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부모님들의 얘기이다.
대체로 여자 아이들은 초등 4~5학년, 남자 아이들은 5~6학년이 되면 생리와 몽정을 경험한다. 신체적으로 빠른 성숙 탓에 초등학교 2학년 때 초경을 맞이하는 여학생도 있다. 2차 성징에 대한 신체적 개인차는 너무나 커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며 빠르면 빠른 대로 늦으면 늦은 대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남학생의 경우 잘못된 몽정에 대한 생각으로 첫 몽정을 한 것 자체만으로 어떤 죄의식을 가지고, 친구들 용어를 빌려 스스로를 ‘변태’라고, 자책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 3~4학년의 부모라면 자녀들이 사춘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딸을 둔 부모의 경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생리를 긍정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귀찮고 불결하고 종교적으로는 부정한 것으로까지 치부해왔었기 때문에 부모세대가 자랄 때처럼 생리를 하는 것을 ‘쉬쉬’하면서 부끄럽게만 생각한다던지, 같은 여자로서 생리를 하면서 겪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불쌍하다든지 하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한달에 한 번씩은 겪게 되는 생리는 여성에게는 최소한 몇 십년은 함께 해야 할 ‘삶의 동지’이자 ‘삶의 일부’ 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보다 긍정적이고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초경을 앞두고 있는 초등학생 딸과 함께 성지식을 바르게 알 수
있는 사이트나 생리대 판매 사이트 등을 방문하여 생리가 어떤 현상인지, 생리대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양이 많은 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생리 주기를 표시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센스 등 그 날을 그날 같지 않게 보내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요즘같이 방학을 맞이하여서 시간이 있을 때에는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회용 생리대 보다는 건강에도 좋은 웰빙생리대를 엄마와 함께 예쁜 천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즐겁게 생리를 준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만드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면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일상에 너무 바빠 아이들의 성장에 눈을 돌릴 새도 없이 시간을 지나쳐 왔다면, 다시 한 번 우리 아이들의 성장이 어디까지 왔는지 점검해 보자. 초경과 몽정을 맞이하여 긍정적인 시각으로 어엿한 ‘여성’과 ‘남성’으로서의 입문을 축하해준다면, 이제 어린 아이로서의 껍질을 벗고 한층 성숙되어 또 다른 사춘기로서의 새로운 삶을 당당히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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