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기로 소문난 김경문 두산 감독(49)이 우승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나타냈다. 10년 이상을 지도해 해 온 팀내 최고참 동기인 장원진(38) 안경현(37)이 현역으로 뛰는 올시즌 함께 우승을 일궈낸 뒤 서로 대견하게 등을 두들겨 주는 것이 그 시나리오다.
8일 전지 훈련지인 일본 오이타현의 쓰쿠미 시민구장 한 켠에서 안경현과 장원진의 훈련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김 감독은 갑자기 그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한 감정이 북받쳤는지 “올해는 꼭 쟤들 헹가래를 받아야 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김 감독은 “정말 열심히 하면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 주는 선수들이다. 저들을 위해서라도 함께 뛸 때 꼭 우승해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리 자신감이 있어도 시즌 막바지가 되기 전까지는 “하는데 까지 최선을 다 할 뿐”이라며 속내를 숨기던 김 감독이지만 아끼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스승의 진한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김 감독과 안경현, 장원진은 각별한 관계다. OB(두산 전신) 원년 멤버인 김 감독이 1991년 시즌 후 옷을 벗을 때 이들이 새내기로 입단해 지금까지 17년째 오직 두산에만 몸담으며 프랜차이즈 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이 두산 배터리코치로 부임한 199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제지간의 연을 맺었다.
코치시절이던 2001년 함께 우승 감격을 맛보긴 했으나 지난 2004년 김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로는 정상을 밟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기회는 많지 않다. 장원진, 안경현 둘 다 30대 후반인 나이 때문이다.
그런데 올시즌 김동주, 홍성흔이 부상에서 완전하게 회복했고, 힘있는 타자들인 최준석 유재웅에다 이경필 구자운 등 좋은 투수가 가세해 올해가 우승을 위한 더없이 좋은 기회다.
물론 내년에도 함께 뛰며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후배들에게 빨리 우승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것이 선배이자 스승인 김경문 감독의 애틋한 마음이다.
쓰쿠미(일본)=스포츠월드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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