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자’는 은행강도 대비 모의훈련 상황을 토대로 한 기상천외한 코미디.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교통순경 때문에 간단하게 끝날 훈련이 걷잡을 수 없이 ‘실제 상황’으로 번진다. 과도할 정도로 우직한 순경 정도만 역에는 정재영이 출연한다. 장진 감독이 각본을 썼고 ‘박수칠 때 떠나라’ 조연출 출신 라희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손병호, 이한위, 주진모 등 연기파 배우들이 힘을 더한다.
장진사단이 내놓는 또 하나의 예측불허 코미디라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작품이다. ‘바르게 살자’를 제작하는 장진 감독은 “기획만 4∼5년 걸린 작품이라 애정이 남다르다”며 “그동안 내놓은 어느 영화보다 잘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촬영분은 모의훈련에서 은행강도 역을 맡은 정도만이 인질 교환을 요구하는 신으로, 영화에서 긴장감 넘치는 장면 중 하나다. 은행 앞 도로 2차선을 막고 진행된 촬영에는 엑스트라 60여명이 동원돼 경찰과 대치하는 긴박한 장면을 실감 나게 연출했다.
제작진은 영화의 90% 이상을 삼척 시내에서 찍고 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바로 실제 은행 건물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삼척밖에 없었기 때문. 은행강도 모의훈련을 배경으로 한 만큼 대부분의 장면이 은행 창구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촬영 가능한 공간을 물색하는 게 급선무였고 마침 삼척에서 휴업 중인 한 은행 건물을 찾아냈던 것. 제작진은 현재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대여해 사용 중이다. 한 스태프는 “적당한 곳을 못 찾았다면 세트를 지어야 할 뻔했다”면서 “다행히 실제 건물을 사용해 리얼리티도 살고 세트 비용도 아꼈다”고 흐뭇해했다.
‘바르게 살자’의 핵심에는 고지식한 순경 정도만이 존재한다. 지나친 강직함 때문에 교통과로 좌천당한 인물이자 무식할 정도로 주어진 임무에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무뚝뚝한 표정에 겨울 점퍼를 대충 걸친 정재영의 모습은 영락없는 정도만이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이 역할을 맡을 사람은 정재영밖에 없다’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
정재영도 ‘바른 생활 사나이’ 정도만 캐릭터에 푹 빠졌다. 그는 “바르게 사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 취급받는 게 현실”이라며 “정도만을 통해 지금 사회가 얼마나 비정상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캡틴 김대출’ ‘거룩한 계보’ 등 최근 출연작마다 사투리 연기를 했던 정재영은 오랜만에 표준어로 대사를 구사한다.
‘바르게 살자’는 현재 70%가량 촬영이 진행됐다. 극중 시간 배경이 저녁이라 주로 밤에 촬영한다. 그러다보니 추위랑 싸워야 하고 통제할 상황도 많아져 낮 촬영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코미디 영화 현장답게 제작진 표정은 밝기만 하다.
부정 권하는 사회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정도만의 열혈 분투기는 올해 4월 중 개봉된다.
삼척=글·사진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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