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중·고교 여학생 중 일부 열성팬들이 신화 동방신기 등의 멤버들을 직접 보기 위해 졸졸 따라 다닐뿐 30, 40대 여성들이 몰려 다니는 경우는 없다. 자녀까지 둔 아줌마들이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이러고 다니면 다들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10, 20대 여성들이 아닌 30, 40대 여성들이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수십 또는 수백명씩 숙소와 음식점 등을 쫓아 다니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욘사마’를 계기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이제 대중음악 쪽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사이타마현 소재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한국의 인기 그룹 신화와 슈퍼주니어를 비롯해 테이 휘성 백지영 등이 참가한 제2회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다.
가수들은 전날인 5일 오전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입국장에는 30, 40대로 보이는 300여명의 일본 여성팬들이 신화를 보기 위해 마중나왔다. 이들은 ‘민우’ ‘앤디’라고 소리도 지르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카메라에 얼굴을 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숙소인 도쿄 아카사카 아나호텔에서도 계속 됐다. 두, 세명씩 짝을 이룬 여성팬 100여명이 호텔 정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고 로비도 거의 점령했다. 한국음식점이 몰려있는 아카사카 미쓰지도리 거리도 저녁때면 어김없이 일본여성팬들로 북적거렸다. 다른 가수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신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공연 당일 도쿄에서 1시간쯤 떨어진 사이타마현 소재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공연장을 찾은 1만3000여명의 관객들도 80% 이상의 신화팬이라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신화를 보기 위해 하네다 공항 출국장에도 수백명의 일본 여성팬들이 미리 나와 있었다.
도대체 일본아줌마들은 왜 그럴까. 공연 스태프로 일하는 한 재일교포 여성은 “일본의 중년 여성들이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얼굴이 잘 생기고 한국 음악이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 가수들의 가창력이나 파워 있는 댄스 실력에 매료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대중음악계에는 발라드나 R&B 댄스음악 같은 장르의 노래를 한국 가수들처럼 잘 부르는 가수가 별로 없고 파워풀한 춤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