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폭행 동영상’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관련 가해·피해 학생들의 얼굴과 학교 등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사건의 잘잘못을 떠나 심각한 명예훼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개똥녀’ 사건 때처럼 인터넷 마녀사냥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22일 여중생 집단폭행 동영상 사건 기사가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클릭하면 가해 학생 미니홈피로 연결” “피해 학생이 입고 있는 교복은 00중학교”라는 식의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앞서 21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학교폭력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폭행 사실과 폭행 과정에 대한 공개도 있어야 한다”며 3분 40여초 분량의 폭행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 원본은 익명의 네티즌이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에서는 해당학생의 인권침해를 우려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으나 밤사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채 얼굴이 그대로 공개된 원본파일도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됐다.
문제는 사건과 무관한 단체나 개인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목된 해당 중학교와 미니홈피 주소가 공개된 네티즌은 현재 홈페이지를 폐쇄한 상태이다. 미니홈피 주소가 공개된 한 네티즌은 “나는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 나도 피해자”라는 호소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생 신모(25)씨는 “여중생 집단폭행 동영상 기사를 보고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보니 댓글에는 가해자 개인정보 투성이었다”며 “해당 학생의 잘잘못을 떠나 개인정보 유출은 엄연한 범죄인데 인터넷에서는 이에 대해 너무 무감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똥녀 사건 등에 이어 또다시 무차별적인 인터넷 마녀사냥식 사건이 반복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박창호 교수는 “개인정보가 유포되면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인터넷 미디어 특성상 여과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네티즌들이 개똥녀 사건 등을 경험하면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이 터지면 개인뿐 아니라 소속학교나 직장, 주변인 등 뒷배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워져, 인권의식에 바탕한 자정기능이 전혀 발휘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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