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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세계농업기술상]허브농사의 최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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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2-07 12:55:00 수정 : 2006-12-07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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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기술개발부문 성공 스토리 기술개발부문 대상 이종노(46)
경기 화성시 매송면 원평리 ‘원평허브농원(대표 이종노·46)’에 들어서면 새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 지고 로즈마리, 라벤더 등 갖가지 허브의 독특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한쪽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며 실내 수분을 조절하고, 천장까지 감아 올라간 포도 덩쿨에는 따다 남은 포도 두어 송이가 정취를 더한다. 마치 벽 하나를 두고 별천지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이곳이 연간 관광객 수천명이 다녀가고, 개설 이후 1100만명이 접속해 국내 농업인이 개설한 사이트 1만여곳 중 최대를 자랑하는 허브 사이트(www.herbsfarm.co.kr)의 산실이다.
지난해 제11회 세계농업기술상 수상자인 박순애(농업인) 심사위원은 “길가의 쑥이나 익모초 등 흔히 지나치기 쉬운 ‘들풀’을 새로운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하는 등 우리 농업이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생산적 환경 보전으로 가치를 재창조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 이종노씨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어엿한 직장에 다녔던 귀농인이다. 귀농 당시 배추 농사를 짓다가 망친 뒤 1987년 ‘허브’라는 생소한 종목으로 과감히 작목을 전환했다. 허브는 우리나라에 흔한 쑥, 작약, 박하를 비롯해 해외에서 들어온 라벤더, 로즈마리, 스피아민트 등 예로부터 약이나 향료로 써온 식물의 통칭이다.
농사를 전혀 모르던 그는 곁눈질로 부친이 짓던 배추 무 등 채소 농사를 배워 나갔다. 그러나 농사는 결코 쉽지 않았다. 지금의 원평농원 자리에 3000여평을 임대해 배추를 심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배추 싹이 다 썩어 죽고, 건질 게 거의 없었다. 물만 주면 잘 자라는 줄 알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농사를 우습게 본 자신이 미웠고,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괴로웠다.
이때 우연히 책방에 들렀다가 허브를 알게 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는 “농사꾼이 자식 같은 채소를 실수로 다 죽인 그때의 자괴감에 지금도 부끄럽다”며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허브와 인연을 맺은 뒤 상황이 달라졌다. 1997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원에서 ‘몇 가지 허브의 발근에 미치는 삽수 및 상토의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허브업계의 선도자가 된 것. 또 원평허브농원과 허브가공업체인 (주)허비너스를 세우고, 한국농업전문학교 현장 교수, 한국농산물유통교육원 강사, 농업연수원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국내 허브 농업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웰빙 시대 허브를 국내 소비시장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자리 잡게 하고 대중화할 기반을 다졌다. 또 각종 연구·개발을 통한 허브 보급에 앞장서 왔으며, 특히 그가 개발한 ‘허브 미강팩(특허등록 제 10-0597996)’, ‘허브 샴푸’, ‘허브바디워시’, ‘허브바디오일’, ‘허브 미용비누 등 12가지의 각종 특허와 실용신안 등은 허브를 명실공히 농가 고소득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훈 기자 kkkr@segye.com

◇박수복 대표(오른쪽)가 자신이 개발한 ‘칠갑산토종닭’ 포장 제품을 내보이자 김성수 심사위원장(왼쪽)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기술개발부문 우수상 박수복(50)

‘칠갑산 토종닭’ 박수복(50) 대표는 첩첩산골이라는 악조건을 거뜬히 극복하고 농산물 수입 개방에 맞서 사라져 가는 토종 닭을 육성·상품화해 ‘부농의 꿈’을 이뤄낸 모델이다.
충남 청양군 장계리 칠갑산 기슭에 들어서면 토종 닭 가공으로 유명한 ‘혜선식품’과 만나게 된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꼬불꼬불한 시골 길을 30여분을 더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산골짜기다. 영세업체에 불과한 혜선식품의 칠갑산 토종닭이 위생검열이 엄격하기로 이름난 신라호텔 등 서울의 초특급 호텔에 납품이 된다면 믿을까.
혜선식품의 이름과 성공 이면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다. 집안이 가난했던 박 대표는 중학교 졸업 후 진학은 꿈도 못 꾸고 농사에 뛰어들어야 했다. 장가도 못 갈 판인데, 군대 선배가 박 대표의 성실성을 보고 동생을 소개해 줬다. 결혼을 하고 1982년도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620만원을 지원받아 한우를 주작목으로 딸기, 인삼 등 복합영농을 하며 부농의 꿈을 키워 나갔다. 그러나 거듭되는 한우 파동 등으로 빚만 늘었다.
전기불도 없는 첩첩산골에서 견디는 데 한계를 느낀 아내는 아이 교육 문제 등으로 도회지로 짐을 싸 나갔다. 그래도 박 대표는 ‘농촌에 희망이 있다’며 아내를 설득했다. 그러기를 세 번, 이를 악물고 1986년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 특수를 기대하며 일반육계로 작목 전환을 시도했으나 또 부도가 났다. 죽을 힘도 없는데, 토종닭의 전망이 밝다는 청양군농업기술센터 축산담당자의 권유로 1989년 토종닭으로 방향을 바꿔 기적처럼 재기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몇 번이고 죽을 생각을 했지만 자신을 믿고 동생을 준 군대 선배가 눈앞에 어른거려 돌아오곤 했다”며 “1993년 ‘칠갑산 토종닭’ 브랜드가 탄생하자 어려움을 잘 견뎌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분신과 같은 회사의 이름을 아내 이름인 ‘혜선식품’으로 지었을 때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500마리로 시작한 토종닭이 현재 30여만마리로 늘어나 순소득 4억원 이상을 올리는 효자가 됐다. 박 대표는 이제 3000평의 양계장과 1만여평의 논을 가진 부농이다. 브랜드로 자리 잡은 ‘칠갑산 토종닭’의 품질도 인정받아 신라호텔, 농협하나로마트 등 전국 대형유통망 55개소에 납품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 특히 건양대 식품영양학과 팀과 함께 토종닭 종란을 이용해 만든 ‘애그애씨 부화 배자의 동결건조 분말 제조법’에 관한 발명특허(특허 제 0552149호)를 얻는 쾌거를 이뤄냈다. 애그애씨 분말이 상품화될 경우 최근 기승을 부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도 별 탈 없이 달걀 판매가 가능해져 양계 농가의 희소식이 되고 있다. 박종훈 기자 kkkr@segye.com



‘엄나무 닭백숙’(상표 제0445193호) ‘엄나무 닭삼계’(상표 제0445192호) ‘오리상표’(상표 제0452115호) ‘혜선 흑오골계’(상표 제0468369호) ‘친환경 혜선칠갑산 토종닭’(출원번호 제30107) 등 청정 청양 지역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브랜드도 개발했다.




기술개발부문 서정은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원평허브농원 이종노 농가가 기술개발부문 대상을 차지하기까지는 경기 화성시 농업기술센터 서정은(47·사진) 경제작물계장의 숨은 공로가 크다. 서 계장은 추진력이 강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농가들의 신망이 투텁다.
그는 지도공무원이면서도 농업인들에게 한수 배운다는 겸손한 자세로 항상 현장 농업인과의 끈을 놓지 않고 교류하면서 발전을 도모할 정도로 농업에 대한 열정을 지녔다. 원평허브농원 이씨도 그가 적극적으로 추천해 대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서 계장은 바쁜 일과를 보내면서도 지난해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할 정도로 학구열도 높다. 일선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관광농업 개발을 위한 하우스 및 작업실 지원 ▲도농 교류 현지 연찬교육 개최로 농외소득 증대 기여 ▲경기도 농업전문경영인 육성 지원 등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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