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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토- 레토를 모욕했다가 개구리가 된 어리석은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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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1-07 00:00:00 수정 : 2006-1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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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용서할 수 있어도 못생긴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고 감히 말하는 남자들이 있다. 여자는 일단 잘 생겨야 한다는 세태가 밉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이미 신들의 시대부터 이어져 온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예쁜 것만 챙기려다 보면 자칫 유혹에 빠져 패가망신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아름다운 버섯이 독버섯이며, 꽃이 아름다울수록 독이 든 꽃이 많으니 겉만 보고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일이다.

신들 중 슈퍼스타 신인 제우스도 예쁜 여신이나 님프들을 보면 어떻게 해볼까하여 노심초사하곤 했다. 바람둥이로 소문난 제우스는 헤라와 결혼하기 전에도 많은 여신들과 정을 통하고 했다. 그 중에서도 레토라는 여신과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시켜놓고는, 미모라면 한몫하는 헤라를 만나게 되면서 헤라와 결혼을 한 것이다. 헤라는 아름다운만큼 질투심과 시기심이 많아서 제우스를 괴롭히기도 했으니, 아마도 그는 그 결혼을 많이 후회했을 것이다.

레토의 아버지 코이오스는 티탄 신족의 후손이다. 그는 자기의 친 누이인 포이베와 정을 통해 두 딸, 레토와 아스테리아를 낳았던 것이다. 레토는 자라면서 영특하고 아름다웠던지라, 제우스는 그녀에게 반해서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하게 되었고, 어떻게 해서든 레토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순진하기만 했던 그런 그의 꼬임에 넘어가 그와 정을 통하고 말았다. 이렇게 그녀와의 사랑에 세월 가는 줄 모르던 제우스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여신이 나타났으니, 그 유명한 헤라였던 것이다. 헤라는 제우스의 과거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우스의 용모에 반한 터라 그의 과거는 불문에 붙이고, 오직 그를 자기 남자로 만들려고 무진 애를 썼다.

결국 사랑은 도전하는 자, 용기있는 자의 몫이니, 그녀가 강력한 경쟁자 레토를 물리치고 제우스와 결혼에 성공한 것이다. 그들의 결혼 소식에 우리의 레토는 눈앞이 캄캄해 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몸속에는 이미 제우스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마침 레토가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헤라는 그녀에 대한 질투심으로 안절부절 했다. 헤라 자신의 자식보다도 레토의 자식이 더 위대해 질 것임을 알고 있던 헤라는 도저히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헤라는 레토가 해산을 방해랄 생각을 한다. 헤라는 모든 나라에 명을 내려서 레토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한다.

이제 임신 중에 있는 레토는 많은 나라를 여기 저기 떠돌아야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그런데다가 헤라는 레토가 절대로 태양이 비치는 곳에서 아기를 낳게 해서도 안 된다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레토는 가까운 파노파우스와 델포이 근처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뱀처럼 생긴 괴물이 쫒아온다. 그녀는 질겁하여 도망을 친다. 헤라가 괴물을 보낸 것이다. 레토가 가는 곳 어디서나 그녀를 무서워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고, 때로는 예언을 통해 앞으로 그녀의 몸에서 태어날 아기가 위대한 신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녀가 접근하는 것 조차 두려워했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이제 그녀의 출산 때가 가까워지자, 늘 헤라의 눈치만 보던 제우스도 일말의 책임감은 느꼈는지, 북풍의 신 보레아스에게 명하여 레토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있는 곳으로 보내도록 한다. 이렇게 하여 레토는 포세이돈에게 인도된다. 그는 그녀를 델로스 섬으로 데려간다. 그 섬은 육지에 속한 작은 섬이었다. 포세이돈은 헤라로부터 그녀가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거센 파도를 일으킨다. 그러자 파도에 가려진 그 섬은 자취도 없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물론 파도에 가려져서 그 섬은 햇빛을 받지 않게 되었던 것이니 헤라의 명대로 된 셈이었다.

어려운 난관 끝에 결국 레토는 이 섬에 있는 가장 큰 감람나무 밑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공교롭게도 쌍둥이였으니,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이다. 축복받은 탄생은 아니었지만 헤라를 제외한 모든 신들은 9일 동안 레토를 잘 보살펴 주었다. 그 후 신들은 이리스를 선물과 함께 출산의 신 에일레이티아에게 보내어 헤라 몰래 아폴론의 출산을 돕도록 청한다.

레토는 출산 후에도 헤라를 피해 다니느라 무진 고생을 한다. 레토는 팔에 두 어린 아기를 안고 어느 마을에 이른다. 어린 것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쳤으며 목도 말랐다. 여신은 우연히 골짜기의 밑바닥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오는 연못을 발견했다. 때마침 그 곳에서는 그 마을 사람들이 버들가지를 꺾고 있었다. 레토는 가까이 가서 연못가에 무릎을 꿇고 찬물에 목을 축이려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레토는 그들에게 말한다.
“아니 왜 물을 못 먹게 하오? 물은 누구나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자연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잖아요. 나는 이 피로한 팔다리를 씻으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목을 축이려는 것이오. 제발 나를 방해하지 마시오. 난 목이 타서 죽을 지경이란 말이오. 나에게 목이라도 축이게 해준다면 나는 당신을 생명의 은인으로 알 것이오. 이 어린 것들을 보아서라도 제발 좀.....”

그녀의 팔에 안긴 두 아들들도 애절하게 그들에게 애원하는 듯 팔을 내밀고 있었고, 두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지쳐보였다. 그녀가 그토록 간절하면서도 부드럽게 말을 했지만 이 농부들은 완강하게 거절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레토를 만만하게 보았음인지 그녀를 조롱하며, 당장 떠나도록 윽박지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물을 마시려고 무릎을 꿇고 입술을 물에 대려는 순간 그들은 못 속으로 들어가서 발로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켜서 그녀가 마시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제까지 잘 참고 부드럽게 말하던 레토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목마름도 잊은 채 분노로 부르르 떨면서, 양손을 하늘을 향해 높이 들고 부르짖었다.
“제발 저 사람들이 이 연못을 떠나지 못하고, 한평생 이곳에서만 살도록 해주십시오!”

그녀가 그런 기원을 하자마자 연못이 요동을 치더니 그녀를 방해하던 농부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목은 갑자기 오므라들어 없어지는가 싶더니, 머리와 몸뚱이가 한데 붙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등은 녹색으로 변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큰 배는 흰색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들은 때로는 모두 무리지어 물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때로는 수면으로 손을 내밀어 헤엄을 치기도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못가로 나오기도 했지만, 그녀의 저주대로 결국 물을 떠나지 못하고 이내 다시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때부터 그들은 늘 상스러운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물 속에 살게 되었다. 물이란 물을 다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무엇이 그리 불만이 많은지 물을 흐려대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늘 진흙물 속에서 날마다 울어댄다. 그렇게 울어대다 보니 편도선이 부어 그들의 목구멍은 부풀어 올랐고, 목소리는 거칠어졌다. 늘 그들은 그 못생긴 입으로 항상 입에다 욕을 달고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늘 욕지거리를 하다보니 입은 넓게 째지고 말았다. 그렇게 하여 그녀에게 못되게 굴었던 농부들은 개구리의 시조가 되었던 것이다.

헤라의 눈치만 보던 제우스는 그녀의 눈물겨운 광경을 지켜보다가 그녀가 거주하는 델로스 섬이 물위에 떠다니는 것이 불안한지라, 제우스는 그 섬을 견고한 쇠사슬로 해저에 붙들어 매어두었던 것이다. 그로서는 사랑하는 레토를 위해 그곳을 안전한 휴식처로 만들어 주었다.

첫사랑은 경험이 없이 하는 사랑이라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인가 보다. 사랑하는 일에는 늘 질투의 여신이 끼어들게 마련이지만 그 방해를 피하는 요령이 없는 순진한 이들은 결국 사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요령이 생겨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나면, 그 속박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마냥 곱기만 하고, 아름다웠던 첫 사랑의 시절을 떠올린다. 그런들 어찌하랴! 사랑하는 일에는 그런 우연이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것을. 사랑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 사실을 안들 제우스가, 그 제우스의 후손인 우리가 안들 무슨 소용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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