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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결혼요? 아직은 연기가 내사랑…”

입력 : 2006-10-25 11:47:00 수정 : 2006-10-25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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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영화에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 많았어요. (웃음)”
이제 막 신인(?) 딱지를 뗀 영화배우 김지수(34)는 20대 역할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거라며 환하게 웃는다.
김지수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영화 출연작인 ‘가을로’(김대승 감독, 영화세상 제작)에서 스물 여덟 살의 밝고 명랑한 여자, 민주 역할을 맡았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민주만큼은 가을 햇살처럼 밝고 명랑하다. 민주는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PD로 사법연수생 현우(유지태)와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1995년 6월29일 있을 수도 없고, 앞으로 또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고로 암흑의 공간에 매몰돼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다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
“이전 ‘여자, 정혜’의 정혜나 ‘로망스’의 윤희에 비하면 민주는 매우 밝은 아이예요. 햇살 같다고 할까. 순수하고 아름답고 민주는 마치 자연 같은 캐릭터였어요. 제 임무는 관객에게 민주의 그런 이미지들을 그대로 보여드려야 하는 거였어요. 오히려 감정이 북받치고 센 캐릭터보다 이런 민주같이 자연스러운 캐릭터가 연기하기엔 더 힘들어요. 부담이 많이 됐었죠.”
지난해 ‘여자,정혜’로 영화에 데뷔한 김지수는 단번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여우’로 떠올랐다. 15년차의 베테랑 연기자의 영화 데뷔작이기에 ‘연기가 놀랍다’는 찬사는 당연해 보이지만, 김지수가 데뷔작에서 보여준 연기 내공은 실로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여배우 기근에 허덕이는 충무로에 30대 여배우, 김지수의 등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넘어 든든한 버팀목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김지수 자신도 이런 현상을 잘 알고 있다. 그는 “30·40대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다”며 운을 뗀 뒤 “한국 영화에서 개성있는 남성 캐릭터는 많지만, 여성 캐릭터는 특별히 할 게 없다”며 작금의 한국영화 제작 상황을 한탄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평생 주인공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아져야 한국영화도 더 발전할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영화 현장에도 여성 제작자나 감독을 비롯해 여성 스태프의 수가 지금 보단 훨씬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접 제작자로 나서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비즈니스 감각이 없어서 제작 생각은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지수는 ‘가을로’에 이어 또 다른 로맨스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변승욱 감독, 오브젝트필름 제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에서 ‘짝퉁’ 디자이너로 변신하게 될 그는 “다음엔 지금과는 또 다른 푼수같은 면이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차기작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 영화에서 상대역은 한석규가 맡았다. 유지태에 이어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 느낌에 대해서는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봄날은 간다’ 등 멜로 영화에서 워낙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라 그 덕을 많이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아직은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라는 김지수는 “올해는 이미 늦었고 내년이나 생각해 봐야겠다”고 결혼 계획을 설명했다.
“너무 영화만 집중하는 것 아닌가”라고 하자, “뭐 십 몇년 동안 드라마를 했는데 조금 더 영화 해야죠”라며 웃는다. 다음 작품은 역시 영화가 될 예정이라고. 그래도 언제든지 홈그라운드로 돌아갈 준비는 돼 있는 모양이다. 그는 “가끔씩 바삐 돌아가는 드라마 현장이 생각난다”며 “좋은 역할이 있다면 드라마 출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방극장이 아닌 진짜 극장에서도 최고 여배우 자리에 올라설 날이 얼마남지 않아 보인다.
글 홍동희, 사진 전경우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SW확대경]●부산영화제가 사랑하는 배우 김지수
''여자 정혜''로 주목 ''가을로''로 레드카펫



영화배우로 영역을 확장한 김지수는 유난히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조금 과장하자면 ‘부산영화제가 사랑하는’ 몇 안 되는 배우중 하나다.
2004년 김지수의 영화 데뷔작 ‘여자, 정혜’(이윤기 감독)가 부산영화제에 소개되면서 김지수는 단박에 평단으로부터 ‘주목받는’ 영화배우가 됐다. 지난해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그녀가 주연한 영화 ‘가을로’(김대승 감독)가 영화제 개막작으로 뽑혀, 유지태·엄지원과 함께 개막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당히 레드카펫을 걸었다.
“정말 영광이죠. 저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회이고, 좋은 평가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고 봐요.”
김지수는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무덤덤해 했다. 의외로 냉정했다. 어차피 자신에게 큰 기쁨이고 이력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계속해서 행복감을 주는 일은 아니라는 것. 그는 “행복은 순간이다. 과거에 사로잡혀서 구름 위를 떠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가을로’ 기자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부산을 떠난 ‘과거’에 대해선 아쉬워 했다. “조금 더 부산에 머물면서 사람들도 만나고 영화도 보려고 했거든요. 아쉬워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김대승 감독, 유지태, 엄지원)에 비해 전 원래 일정보다 하루 더 있다가 서울로 올라왔는 걸요. (웃음)”
한편 김지수는 또 다른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는다. 오는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국제단편영화제인 제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
그는 안성기가 집행위원장으로 있는 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 이준익 감독 등과 함께 세계 유수의 단편 영화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홍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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