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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여성]존 에버렛 밀레이作-오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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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0-20 05:36:00 수정 : 2006-10-20 0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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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의 비극적 안식처 존 에버렛 밀레이는 몰락하는 유럽 미술계를 개혁해 르네상스 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라파엘 전파’의 기수이자 영국의 대표 화가이다. 그는 밝은 색감에 치밀한 묘사를 기조로 한 청교도적 화풍을 즐겼는데, 이는 순수하고 도덕적인 미술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이후 영국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테크닉 부족은 도덕성의 부족이라며 정밀한 실사를 고집했다.
‘오필리아’는 그가 언행일치했음을 보여준다. 그림은 햄릿의 연인인 오필리아가 햄릿이 아버지를 죽이고 도주하자 실성한 채 들판에 헤매다 물에 빠져 죽는 장면을 묘사했다. 아름다운 여인의 비극적 안식처를 슬프지만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섬세한 주변 환경의 묘사와 화면에 흐르는 비감이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빚었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밀레이는 ‘햄릿 4막 5장’을 소재로 한 ‘오필리아’를 실감 나게 그리기 위해 템스강 지류를 탐사해 배경지를 찾는 데만 수개월을 소비했다고 한다. 물에 잠긴 오필리아를 묘사하기 위해 모델을 욕조 물에 너무 오래 있게 해 폐렴에 걸렸다 하니 완벽주의자였던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자신의 초상화가로 밀레이가 천거되자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도덕성을 추구하는 예술가를 부도덕하다 하니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여기에는 ‘오필리아’에 얽힌 이야기 하나가 담겨 있다.
‘오필리아’의 모델은 밀레이의 친구이자 당대의 석학인 러스킨의 부인이었다. 문제는 이 모델과 화가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 유부녀를, 그것도 친구의 부인을 사랑했다니 ‘불륜’ 도장을 찍기 쉽겠지만 이는 성급한 결론이다.
당시 러스킨의 부인 에피는 ‘오필리아’처럼 극도의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었다. 러스킨의 문제로 결혼 6년간 사무치는 외로움에 혼자 내버려져 있었던 결과였다. 아기도, 부부관계도 없이 고독에 떨고 있던 에피가 밀레이의 모델 청원을 구원의 빛처럼 여겼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하고 남는다.
평소 에피를 남몰래 사랑하던 밀레이는 그림을 그리며 에피의 고독한 삶에 대해 듣게 되고, 에피 역시 도덕적이고 완벽한 이 예술가에 마음을 주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대한 풍파를 헤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에피는 결혼 6주년 되는 해에 교회 법정에 결혼 무효 소송을 냈고, 교회는 러스킨 부부의 이혼을 명령했다. 밀레이와 즉각 결혼한 에피는 이후 슬하에 4남4녀를 두고 백년해로하며 잘살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당대에 엄청난 파장을 빚었으며 사랑과 우정에 관한 찬반 대립을 불렀다.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혹자는 밀레이가 우정을 배신했다고 욕했고, 어떤 이는 에피를 부도덕하다 여겼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사랑은 정말 우정에 대한 배신인 걸까?
만약 에피가 러스킨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오필리아’처럼 실성한 채 고독에 익사하지 않았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게 인생사지만, 때로는 이 때문에 자신을 죽여가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볼 일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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