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동치성(정재영)과 김주중(정준호), 정순탄(류승룡)의 엇갈리는 운명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같은 조직에 몸 담으면서 우정에 시기심이 싹튼다.
시발점은 치성이 조직을 위해 죄를 뒤집어쓰고 투옥된 감옥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형수 순탄을 만나면서부터다. 순탄처럼 치성도 감옥 안에서 조직으로부터 버림받는다. 조직에 남은 주중은 성공하고 싶은 욕망,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 우정 사이에서 방황하며 균열이 일어난다.
장진 감독은 죽은 줄 알았던 친구를 만나서도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 있었냐, 이 ××놈아”로밖에 표현하지 못하고, 감옥 신고식을 치러 얼굴이 멍투성이인 부하를 보고도 “얼굴이 어째 너답다”고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사나이들의 의리를 그려낸다. 감독은 묵직한 사내들의 속정을 꽤 진하게 담아내면서도 재기발랄한 대사와 기발한 상상력을 맵시 있게 엮어낸다.
다만 감정의 진폭을 매끄럽게 객석에 전달하지 못하는 극적 흐름은 다소 아쉽다. 이야기의 큰 축인 세 친구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할 수는 없었을까. 교도소에서 우정을 나누는 인물들의 사연도 씨줄날줄로 곁들이면서 말이다. 재기가 넘쳐 감동을 잃은 감이 없지 않다.
◇정재영(왼쪽), 정준호 |
>> 장진 사단의 대표주자 정 재 영
"잔꾀 안 부리는 동치성 인간미에 푹 빠졌죠”
“옛날부터 ‘장진 사단’이라고 부르는데, 이제 제작비도 오르고 출연료도 높아졌고 하니 ‘장진 군단’ 뭐 이렇게 급을 좀 높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장진 감독의 새 영화 ‘거룩한 계보’에 출연한 배우 정재영의 입담이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 가장 궁금했던 건 진중하고 순박해 보이는 정재영이 어떻게 연극·영화계를 넘나들며 재담을 과시하는 장진과 동류로 묶이는지 하는 것이었다. 동고동락하는 것도 죽이 맞아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그는 장진 사단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재기발랄하고 엉뚱했다. 그가 바라는 표현대로라면 ‘장진 군단’에도 들 만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코난’이란다. “코난은 싸움 잘하고 능력 있는데 잔꾀 부리지 않고 악에 대항해서 정면돌파한다. 멋있는데 한편으로는 실수투성이에 천방지축이다. 강하면서도 유한 코난은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꿈꾸는 소년의 눈으로 이야기한다. 조직을 위해 감옥에 가지만 조직에 배신당하고 결국 탈옥해 두목에게 복수하는 극중 동치성에게서 인간미가 진하게 풍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동치성은 의리도 있고 싸움도 잘하지만 청룽(성룡)이나 리롄제(이연걸) 같은 슈퍼맨은 아니다. 정재영은 동치성이란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대목으로 “우리는 어째 비 맞고 눈 맞은 기억이 없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꼽는다. 뚜렷한 목적 없이 끌려다니다 건달이 되고 분위기에 휩쓸려 희로애락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산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
이것은 그가 원하는 다면적인 캐릭터와 닿아 있고 비중이 큰 동치성 역할을 하면서도 혼자 튀지 않는 겸손한 연기와 이어진다. 또 장진의 조폭영화가 지향하는 특이점을 가리키기도 한다.
정재영은 난생처음으로 함께 연기한 정준호에 대해 “부지런한 것이 가장 부럽다”고 말한다. “나는 두 가지 이상 일을 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정준호씨는 연기, 광고 촬영, 사업, 봉사활동 등 많은 일을 한다. 그런데도 촬영장에서 소홀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재영은 쉬는 시간에 뭘 할까.
대답은 다소 어수선하다. 간추리면 “대중들의 심리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 댓글 읽고 상상하고 공상하고… 주로 가족과 지내고 미국 시즌제 드라마도 즐겨본다”는 요지다. 아무리 곰곰이 따져봐도 움직이는 건 별로 없다.
‘쌈짱’ 동치성 연기에 대해 “발차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는 정재영. 앞서 답변과 역설적으로 맞닿는 고백이다. 인간에 대해 찬찬히 관찰하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해 에너지를 쏟아 붓는 정재영이 매 작품에서 다른 얼굴로 변신하는 원천 또한 그 어수선한 답변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잔꾀 안 부리는 동치성 인간미에 푹 빠졌죠”
“옛날부터 ‘장진 사단’이라고 부르는데, 이제 제작비도 오르고 출연료도 높아졌고 하니 ‘장진 군단’ 뭐 이렇게 급을 좀 높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장진 감독의 새 영화 ‘거룩한 계보’에 출연한 배우 정재영의 입담이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 가장 궁금했던 건 진중하고 순박해 보이는 정재영이 어떻게 연극·영화계를 넘나들며 재담을 과시하는 장진과 동류로 묶이는지 하는 것이었다. 동고동락하는 것도 죽이 맞아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그는 장진 사단의 일원이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재기발랄하고 엉뚱했다. 그가 바라는 표현대로라면 ‘장진 군단’에도 들 만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코난’이란다. “코난은 싸움 잘하고 능력 있는데 잔꾀 부리지 않고 악에 대항해서 정면돌파한다. 멋있는데 한편으로는 실수투성이에 천방지축이다. 강하면서도 유한 코난은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꿈꾸는 소년의 눈으로 이야기한다. 조직을 위해 감옥에 가지만 조직에 배신당하고 결국 탈옥해 두목에게 복수하는 극중 동치성에게서 인간미가 진하게 풍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동치성은 의리도 있고 싸움도 잘하지만 청룽(성룡)이나 리롄제(이연걸) 같은 슈퍼맨은 아니다. 정재영은 동치성이란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대목으로 “우리는 어째 비 맞고 눈 맞은 기억이 없냐”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꼽는다. 뚜렷한 목적 없이 끌려다니다 건달이 되고 분위기에 휩쓸려 희로애락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산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
이것은 그가 원하는 다면적인 캐릭터와 닿아 있고 비중이 큰 동치성 역할을 하면서도 혼자 튀지 않는 겸손한 연기와 이어진다. 또 장진의 조폭영화가 지향하는 특이점을 가리키기도 한다.
정재영은 난생처음으로 함께 연기한 정준호에 대해 “부지런한 것이 가장 부럽다”고 말한다. “나는 두 가지 이상 일을 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정준호씨는 연기, 광고 촬영, 사업, 봉사활동 등 많은 일을 한다. 그런데도 촬영장에서 소홀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재영은 쉬는 시간에 뭘 할까.
대답은 다소 어수선하다. 간추리면 “대중들의 심리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 댓글 읽고 상상하고 공상하고… 주로 가족과 지내고 미국 시즌제 드라마도 즐겨본다”는 요지다. 아무리 곰곰이 따져봐도 움직이는 건 별로 없다.
‘쌈짱’ 동치성 연기에 대해 “발차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는 정재영. 앞서 답변과 역설적으로 맞닿는 고백이다. 인간에 대해 찬찬히 관찰하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해 에너지를 쏟아 붓는 정재영이 매 작품에서 다른 얼굴로 변신하는 원천 또한 그 어수선한 답변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 장진 감독과 첫 작업 정 준 호
"영화속 비중 조금 작지만 멋들어진 배역”
흥행작 ‘두사부일체’와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코믹한 이미지의 배우 정준호가 정중하고 정확한 비즈니스맨같이 질문에 조곤조곤 대답하고 있다.
존재감으로 따지면 배우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사실 그의 이름 앞에 오는 수식어는 여럿이다.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연예인 봉사단체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의 부회장에 미국 하와이와 호주에서는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아 일선 학교에 강연도 다닌다. 광고에도 얼굴을 자주 내미는 탓에 그의 이미지는 친근하다. 넓은 활동 반경을 아는 동료들은 ‘정 의원’이라고도 부른다.
“대인관계가 좋아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당선될 것.” 한동안 화제가 됐던 ‘X파일’의 정준호 항목이다. 그 파일이 ‘정 의원’ 별명을 더욱 확고하게 굳혀 놓았다. 물론 그 자신은 ‘농담’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는 자신의 폭넓은 활동 반경에 대해 “베풀면서 살라”고 한 부친의 가르침이 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밥 먹이는 걸 좋아하고 자신이 가진 걸 나눠 주는 게 습관이 됐다”는 얘기다. 이래서 그에게는 ‘사람 좋다’ ‘마당발’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 그가 맡은 김주중은 역할 비중이 조금 작다. 주변에선 파격적인 출연 결정이라고도 말한다. 이에 대해 정준호는 “내가 색다른 맛을 낼 수 있고 또 나를 원한다면 출연한다”고 시원하게 정리한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가지고 와 출연을 부탁했다. 아마 역할이 작은 역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 감독과는 ‘킬러들의 수다’를 함께하려다 스케줄 때문에 무산된 게 아쉽기도 했다.”
장진 감독과의 공동작업이 남긴 감정은 뭘까. 그는 “5∼6개월을 유쾌하고 편안하게 운전해온 느낌”이라며 “쿨하고 막힘이 없다”고 평했다. 쉽지 않은 정준호의 결정에 제작자 강우석 감독은 “고맙다”고, 짧게 그리고 굵게 인사했다. 남자들 사이의 의리와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 속 내용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그는 극중 김주중이 감옥에 들어간 동치성의 부모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으면서 “왜 (아들에게) 면회 안 가는 거냐”면서 떼쓰는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5년 전 어릴 적 친구 2명을 잃은 기억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활동 많은 그가 인생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과연 뭘까. “인기 스타나 성공한 배우·사업가보다는 가진 능력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 사는 게 고만고만하다”는 그에게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 읽힌다. 어쩐지 화면에서도 밝고 즐거워만 보이더라니….
글 신혜선, 사진 이종덕·황정아 기자
sunshine@segye.com
"영화속 비중 조금 작지만 멋들어진 배역”
흥행작 ‘두사부일체’와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코믹한 이미지의 배우 정준호가 정중하고 정확한 비즈니스맨같이 질문에 조곤조곤 대답하고 있다.
존재감으로 따지면 배우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사실 그의 이름 앞에 오는 수식어는 여럿이다. 엔터테인먼트사 대표, 연예인 봉사단체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의 부회장에 미국 하와이와 호주에서는 사업체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아 일선 학교에 강연도 다닌다. 광고에도 얼굴을 자주 내미는 탓에 그의 이미지는 친근하다. 넓은 활동 반경을 아는 동료들은 ‘정 의원’이라고도 부른다.
“대인관계가 좋아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당선될 것.” 한동안 화제가 됐던 ‘X파일’의 정준호 항목이다. 그 파일이 ‘정 의원’ 별명을 더욱 확고하게 굳혀 놓았다. 물론 그 자신은 ‘농담’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는 자신의 폭넓은 활동 반경에 대해 “베풀면서 살라”고 한 부친의 가르침이 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밥 먹이는 걸 좋아하고 자신이 가진 걸 나눠 주는 게 습관이 됐다”는 얘기다. 이래서 그에게는 ‘사람 좋다’ ‘마당발’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 그가 맡은 김주중은 역할 비중이 조금 작다. 주변에선 파격적인 출연 결정이라고도 말한다. 이에 대해 정준호는 “내가 색다른 맛을 낼 수 있고 또 나를 원한다면 출연한다”고 시원하게 정리한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가지고 와 출연을 부탁했다. 아마 역할이 작은 역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 감독과는 ‘킬러들의 수다’를 함께하려다 스케줄 때문에 무산된 게 아쉽기도 했다.”
장진 감독과의 공동작업이 남긴 감정은 뭘까. 그는 “5∼6개월을 유쾌하고 편안하게 운전해온 느낌”이라며 “쿨하고 막힘이 없다”고 평했다. 쉽지 않은 정준호의 결정에 제작자 강우석 감독은 “고맙다”고, 짧게 그리고 굵게 인사했다. 남자들 사이의 의리와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 속 내용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그는 극중 김주중이 감옥에 들어간 동치성의 부모를 찾아가 밥을 얻어먹으면서 “왜 (아들에게) 면회 안 가는 거냐”면서 떼쓰는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5년 전 어릴 적 친구 2명을 잃은 기억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활동 많은 그가 인생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과연 뭘까. “인기 스타나 성공한 배우·사업가보다는 가진 능력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 사는 게 고만고만하다”는 그에게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 읽힌다. 어쩐지 화면에서도 밝고 즐거워만 보이더라니….
글 신혜선, 사진 이종덕·황정아 기자
sunsh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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