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가족사 충격적 기법 고발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소노 시온 감독의 ‘기묘한 서커스’는 온갖 비상식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난교, 훔쳐보기 등의 하드코어 포르노는 물론 전기톱을 이용한 사지 절단, 가슴을 도려낸 신체기형 등의 잔인한 장면이 모두 들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는 과거와 현재, 소설과 현실, 환상과 실재가 거침없이 뒤섞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완결된 스토리 라인을 파괴한다. 복잡한 액자 구성과 점프 컷이 교차하고 판타지와 갖가지 엽기 코드가 첨가되면서 이야기는 관객을 혼돈 속에 빠뜨린다.
‘하드코어 에로틱 판타지 복수극’이라는 부제가 단지 그저그런 홍보 문구만은 아니다. B급 장르의 성격을 모두 모아놓은 영화는 말그대로 한 편의 그로테스크한 서커스 같다.
‘기묘한 서커스’는 크게 두 가지 틀에서 진행된다. ‘난 사형대에서 태어난 아이 같았다. 아니면 사형대 앞의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엄마 대신 사형당한 아이 같았다’라고 시작하는 ‘다헤코’(미야자키 마스미)의 포르노 소설 내용과 그녀를 둘러싼 실재 이야기가 각각의 축을 이룬다.
교장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를 둔 열두 살 외동딸 ‘미쓰코’는 자신이 사형대에서 태어났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날 부모의 침실 장면을 우연히 본 후 아버지에 의해 훔쳐보기를 강요당한다. 구멍 뚫린 첼로 가방에 감금된 그녀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피할 도리가 없다. 결국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그녀는 어머니마저 사고로 죽자 아버지의 노리개로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에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다리를 다쳐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진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작품을 쓰는 작가 다헤코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며 독방에 숨겨놓은 구멍 뚫린 첼로 가방에 밥을 먹이고 대화를 한다. 어느 날 그녀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이 ‘유지’(이시다 잇세이)가 조수로 들어온다. 그리고 유지가 밝혀내는 다헤코 가족의 충격적 진실은 전반부 포르노 소설의 가족사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기묘한 서커스’는 어찌보면 일종의 복수담 같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성범죄 피해의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하며 비극으로 치닫기 때문. 하지만 영화는 성폭력 가해자가 스스로 피해자의 정체성을 뒤집어쓰고 고통받는 설정을 통해 기존의 성폭력 복수극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어찌 보면, 이 불편한 서커스는 뒤틀린 가족 이데올로기를 가장 거친 방식으로 폭로하는 셈이다. 19일 개봉.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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