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문은 중국 윈난(雲南)성 소수민족인 나시(納西)족의 사제인 ‘동파’들이 경전을 전하기 위해 사용해 ‘나시 상형문자’로도 불린다. 그림문자에서 상형문자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이 문자는 3000여자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지금도 동파들이 읽고 쓰고 있다.
그동안 국내엔 히말라야 산맥의 끝 자락인 윈난성 리장 일대를 여행한 이들이 동파문을 새긴 염직과 타일 작품을 선물용으로 사 오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소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동파문의 예술적 가치는 상징적 도안과 색채의 예술성으로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점에 있다.
동파문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거나 일부를 부각시켜 표현되고 있다. 동물의 경우 몸 전체나 머리 부분을 그려 표시했다. 예를 들어 말은 갈기, 돼지는 입, 호랑이는 얼룩무늬라는 특징을 살려 문자화했다. 나무와 돌에 새기기도 했지만 경전에 기록할 땐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 만든 죽필에 천연염료를 묻혀 자연산 종이 위에 그렸다.
아울러 해, 낮, 달 등 밝음을 상징하는 것은 흰색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어둠은 흑색으로 표시하고 불길한 날은 태양에 검은 점 4개를 찍어놓는 등 원시적인 사유를 드러내는 점도 특이하다.
동파문을 사용하는 나시족은 원래 유목민이었으나 1000여년 전 히말라야 기슭에 정착하면서 동파문화를 꽃피웠다. 동파는 나시족의 전통 종교인 동파교의 사제로, 이들은 상형문자를 이용해 천지창조와 신화, 전설, 종교의례, 천문역법, 사회생활 등을 ‘동파경’(東巴經)이라는 경전에 기록했다.
나시족이 남긴 1만권이 넘는 동파경 고본들은 세계 각국 박물관에 흩어져 있고 동파문은 일본에서는 이모티콘으로도 사용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동파문은 경전뿐 아니라 나무나 종이에 그려져 제단에 내걸리기도 하고, 종교의식에서 추는 춤 동작을 표기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잊혀져 가는 중국 소수민족들을 영상으로 담고 있는 아시아영상인류학연구소(소장 홍희 대진대 중국학과 교수)의 기획으로 마련됐다. 전시품들은 중국 윈난성 동파문화연구소에서 제작한 것들이다. 동파문자를 활용한 현대 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02)735-5751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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