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사건 현장에 있던 일반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극영화(‘플라이트 93’, ‘월드트레이드센터’)와 달리 미국 권력자들이 테러를 조작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무모할 정도로 대담하고 정치적이다. 2004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보다 더 급진적이다.
스물두 살 청년 딜런 에이버리가 고등학교 졸업 후 4년간 매달린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논리로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다큐멘터리는 1962년 3월13일부터 미국이라는 국가가 저질러 온 검은 계획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며 국가와 권력자에 대한 조준 의사를 명확히 한다. 에이버리는 첫째 펜타곤에 충돌한 유나이티드항공(UA) 77편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충돌한 부분 사진과 당시 펜타곤의 정황 등 증거를 조목조목 제시한다. 둘째,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이 단순한 화재로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지 물음표를 찍는다. WTC의 건축자재 등 안전도에 관한 자료와 대형 화재에도 무너지지 않은 건물들을 예로 들며 정부의 조사를 반박한다. 또 영화 ‘플라이트 93’의 소재가 된 UA 93편에 대한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9·11테러로 이득을 본 사람들을 나열하며 의혹을 증폭시킨다.
‘루스 체인지’는 엔딩에서 자막으로 “미국은 납치당했다. 범인은 알 카에다도 빈 라덴도 아니다. 범인은 이 나라를 쥐고 흔들 수만 있다면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을 한 줌의 반역자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정보를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라. 이를 퍼뜨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상영회, 회의든 뭐든지 하라”라고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설파한다.
‘루스 체인지’는 의혹의 불씨를 전파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무료 배포라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최소한의 도덕성을 확보하며 상업성 논란을 비켜가기 때문이다.
신혜선 기자 sunsh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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