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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심에 불타는 헤라의 복수를 받는 이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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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8-06 00:00:00 수정 : 2006-08-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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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①제우스와 바람피우다 딱걸린 이오의 슬픈운명


그러면 그렇지, 남자 체면도 있는 것이지, 제우스가 책임을 회피하고 언제까지 그대로 있을 리가 없다. 남자의 대표주자 제우스는 요즘 남자들이 하는 대로 일단은 그녀를 구할 계획을 세운다. 헤라가 안전장치를 해 놓았다고 믿고 있는 그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제우스도 양심은 있는지라, 더구나 사랑하는 여인의 고통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괴로웠다. 참다못한 제우스는 아르고스를 따돌릴 계교를 생각해 냈다.

그는 심복 헤르메스를 불러서 아르고스를 퇴치하도록 명령한다.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르메스는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날개 달린 신을 신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거기에다 무기로는 잠이 오게 하는 지팡이를 짚고는 천상의 탑으로부터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지상에 내리자, 그는 날개를 떼어 낸 다음, 지팡이만을 손에 들고 양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양을 몰면서 피리를 불었다. 그것은 시링크스라고도 하고 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피리였다.

그가 피리를 불며 아르고스 앞에 나타나자, 아르고스는 신기한 듯 그 소리에 심취하여 듣고 있다가, 아직 본적이 없는 그 악기가 궁금하여 그를 불렀다.
“젊은이, 이리 와서 앉게. 이 지역이 양이 풀을 뜯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지. 쉬기에도 좋은 그늘 도 있고.”

그가 원하는 대로 기회를 얻은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의 곁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면서 날이 어둡기만 기다린다. 드디어 밤이 되자 그는 피리로 은은한 곡을 불면서 어떻게 해서든 아르고스의 감시하는 눈을 잠들게 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르고스는 그 대부분의 눈을 감았지만 그 중 몇 개는 여전히 크게 뜨고 있었다.
생각다 못한 헤르메스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불고 있는 피리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아르고스에게 이야기하기로 한다.

“아르고스님, 이 피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얘기해 드릴 게요. 옛날 시링크스라는 님프가 있었어요. 숲 속에 사는 사티로스와 요정들은 그를 무척이나 사랑했어요. 그런데 시링크스는 오직 한 여신만 극히 사모했던 거예요. 오로지 아르테미스 여신만을 마음속으로 숭배했지요. 그녀는 그 일 외에는 사냥하는 즐거움밖에는 없었어요. 그가 사냥 옷을 몸에 걸친 모습은 아르테미스 여신만큼이나 아름다웠지요. 다만 다른 점은 시링크스의 활은 뿔로 되어 있었고, 아르테미스의 활은 은으로 되어 있다는 점뿐이었어요.

어느 날 시링크스가 사냥에서 돌아오다가 판을 만나요. 판은 그녀를 너무나 좋아하고 있던 터라 온갖 말로 그녀를 설득했지만, 그녀는 그의 온갖 찬사는 들은 체도 않고 달아났어요. 판은 이제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오는 거예요. 다급해진 그녀는 친구인 물의 님프들에게 구원을 청했지요. 물의 님프들은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그녀를 돕기 위해 달려 나왔어요.

그러나 이미 판의 팔이 시링크스의 목을 끌어안고 말았어요. 하지만 물의 님프들은 한발 빠르게 그녀를 변장시켜서 한 묶음의 갈대로 변하게 했어요. 판이 안고 있는 건 이제 갈대 한 묶음이 되고 말았지요. 판, 그가 탄식을 하자, 그 탄식은 갈대 속에서 울리면서 구슬픈 멜로디를 만들어냈어요. 판은 그 음악의 신기함과 감미로움에 취해서 이렇게 말했어요.

‘까짓것 이렇게 된 바에야 어떻게든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야 말겠다.’
그리고는 판은 몇 개의 갈대를 쥐고, 길이가 서로 다른 것을 나란히 합쳐 피리를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는 그 님프의 이름을 따서 시링크스라는 이름을 붙였던 거예요.”

헤르메스 자신도 자신의 이야기에 취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신기하게도 아르고스의 눈은 전부 감겨 있었던 것이다. 아르고스는 잠이 든 채로 그의 이야기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이 눈을 감은채로 가슴 위에서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자 헤르메스는 칼을 빼서 한 칼로 그의 목을 베었다. 그의 목은 이내 잘려서 그의 머리는 바위 위로 굴러 떨어졌다.

나중에야 아르고스가 죽은 것을 알게 된 헤라는 달려와서 탄식한다. “오, 불쌍한 아르고스여! 그대의 백 개의 눈빛이 일시에 꺼져 버렸구나.” 헤라는 그의 백 개의 눈알들을 빼어 자기가 아끼며 키우는 공작의 꼬리에 장식으로 달았다. 그때부터 공작은 꼬리에다 아르고스의 눈을 달고 있게 되었다.

제우스의 소행을 안 헤라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복수심은 더욱더 불타올랐다. 그녀는 이오를 괴롭히기 위하여 한 마리의 등에를 보냈다. 등에는 이오를 추적하며 온 세계를 날아다녔다. 이오는 바다를 헤엄쳐 건너 죽어라고 도망을 친다. 그녀가 건너간 바다 이름은 그때부터 이오니아 해라고 부르게 된다. 그녀는 다시 일리리아의 들에서 길을 잃으면서도 도망을 쳐야만 했다.

다시 그녀는 하이모스의 산으로 힘겹게 올랐지만 계속해서 등에는 그녀를 따라왔다. 그녀는 여전히 송아지의 몸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거기에서 다시 트라키아 해협을 횡단한다. 그래서 이 해협은 그때부터 ‘소가 건넜다’는 의미의 보스포루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녀의 도망은 계속되어 다시 스키타이를 지나고, 킴메리아인이 사는 나라를 떠돌아 다녀야 했고, 결국 네일로스 즉 나일 강기슭에 이르렀다.

연인의 도망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제우스의 마음도 많이 아팠다. 하지만 끝까지 잡아떼어야만 했으므로 암 송아지가 이오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애처롭게 그녀의 교통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우스로서도 더는 그녀의 고통에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결국 제우스는 아내에게 이오와의 관계를 시인하고 말았던 것이다. 제우스는 ‘앞으로는 절대로 이오를 만나지 않겠다.’ 고 헤라와 약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제우스를 다른 여인에게 보낼 수도 없는 헤라로서는 양보하고, 그녀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기로 제우스와 합의 한다.

소의 모습에서 이오는 이제야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녀는 이제 거친 털이 몸에서 점점 빠지더니, 뿔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눈이 점점 가늘어지고, 입도 점점 작아졌다. 발굽 대신에 앞발은 손이 되었고, 뒷발굽은 발로 변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암송아지의 모든 모양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만이 남았다. 그녀는 혹시나 아직도 소 울음소리밖에 내지 못할까 걱정했지만 실험삼아 아버지를 부르자 제대로 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픈 기억을 안은 채로 가족에게로 돌아갔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그것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예나지금이나 유부남을 사랑한 대가는 가혹하게도 처녀에게만 남는 것이다. 좋든 싫든 한번 맺은 결합은 깨어지기 힘든 일이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남자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어있고, 앙금이야 남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추억으로 자리할 뿐 그들은 그런대로 가정을 꾸려간다. 진정한 사랑이든 유부남을 사랑한 일은 세월이 지나면 추억으로 남긴 채로 그녀도 다른 남자를 찾아 가정을 꾸릴 것이다. 하기야 과거란 흘러간 강물과 같은 것이다. 현재를 어떻게 아름답게 꾸미며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일이다. 과거는 흘러갔으니 과거는 묻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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