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e)’은 10을 백 번 곱한 큰 숫자를 뜻하는 ‘구골(googol)’의 오타로 우연히 탄생한 신조어다. 이 구글이란 말에는 인터넷에 있는 광대한 정보를 모두 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구글은 창업 8년 만에 300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세계 최대의 인터넷회사이자 실리콘 밸리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단순한 검색엔진으로 시작한 구글은 전자상거래, 유통, 통신, 출판, 부동산, 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크게 확장하며 ‘구글 효과’를 낳고 있다. 작은 인터넷 검색 창 뒤에 숨어 있는 구글의 힘을 발견하려면 매일 35개의 언어로 수억 건을 검색하는 6500만명의 세계인처럼 구글검색을 해보면 된다. 한 예로 ‘구글어스’는 수많은 인공위성 사진들로 재구성된 가상지구를 통해 세계를 마치 손바닥처럼 들여다 보게 해준다. 그 외 지메일, 구글택시, 구글뉴스, 구글 실험실의 여러 프로젝트들은 모두 기존의 비즈니스 상식을 뒤집으며, 무료로 서비스된다.
구글의 성공은 소비자인 고객 중심과 본질에 대한 충실을 기반으로 하는 데 있다. 구글 메인 홈페이지에는 로고와 검색창만 달랑 있고, 다른 페이지에도 배너광고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도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광고주를 확보하고 미국 어떤 언론사보다 더 많은 광고 수입을 올린다. 그 이유는 검색결과 페이지 오른쪽에 검색어와 연계된 광고를 클릭 수에 따라 지능적으로 노출시키고, 이용자의 관심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1998년에 스탠퍼드 컴퓨터과학과 대학원생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단 두 명이 창고건물에서 창업했다. 부모가 컴퓨터 전문가인 래리 페이지는 불운했지만 위대한 발명가 니콜라 테슬러를 본받아 발명가를 꿈꿨다. 수학자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브린은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개발에 의기가 투합된 두 이공계 대학원생은 상호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검색과 그 과정에서의 어려운 수학적 난제를 해결해나갔다.
사실 구글의 인터넷 검색 기법은 과학계에서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 즉 ‘다른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인용했는가’를 인터넷 웹문서에 적용한 것이다. 구글은 다른 웹페이지로부터 링크가 많이 걸린 순서에 따라 검색 결과를 표시해 검색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와 세밀한 공식을 바탕으로 중요도를 매기는 페이지 링크 기술과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빠르게 알려주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은 구글 성공의 동인이 되었다.
독특한 구글 경영의 10계명 중 제일 첫 번째는 ‘사용자에게 집중하면 나머지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라’는 대표적 윤리원칙 하에 사용자를 성가시게 하거나 속이지 않아 매우 충성심이 강한 ‘구글러’를 만들어 낸다. 한편 구글 회사에서는 근무시간의 20%를 회사 업무가 아닌 ‘딴 짓’에 쓰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구글뉴스와 지메일 등 핵심 서비스는 이러한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구글처럼 ‘딴 짓’을 하다 탄생했다.
구글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시 조직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새로 내놓을 때마다 기존 시장과 기업에 엄청난 파장과 함께 ‘구글효과’를 일으킨다. 하지만 사용자의 의도와 욕구를 만족시키는 첨단 인터넷 서비스와 상식을 뒤집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구글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아직 우호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구글의 도전에 대해 인터넷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할지 자못 궁금하다.
김승환 포항공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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